비로 인해 이날 노 대통령이 야외공연인 '아리랑'을 관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다 빗줄기가 잦아들며 상황이 바뀌자 제안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이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습 제안'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기상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떠나기에 앞서 오찬이 있는데, 1시간30분 가량으로 예정하고 있다"면서 "내일(4일) 오찬은 편안하게 앉아서 하고, 일정을 하루 늦추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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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보다 구체적으로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고, 모레 아침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거듭 제의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다"며 "경호, 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농담을 섞어 완곡하게 사정을 전달한 것이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즉시 이해하지 못했다. 배석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측이 협의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뒤에야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심을 못 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대통령이 결심하면 되지 않느냐"며 일정 연장을 거듭 종용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는 "큰 것은 내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내가 결정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후 양 정상은 다시 정식 의제로 돌아가 오후 회담을 진행했다. 그 사이 서울에서는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평양과 서울의 청와대 참모진들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의 제안 직후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2007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로 뛰어 들어와 긴급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윤 수석은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제안을 '회담을 보다 충실히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수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회담이 끝날 무렵인 오후 4시25분 김 위원장이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다. 남측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하자"며 스스로 제안을 철회하면서 노 대통령의 방북 일정 연장 가능성은 한낱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노 대통령은 오후 8시쯤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으며 공연 도중 2차례 기립박수를 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