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김위원장과 진솔한 얘기나눠"

평양=공동취재단 2007.10.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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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관 오찬서 밝혀...2000년 정상회담 때만큼 큰 파장 기대하긴 어려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숨김없이 진솔하게 얘기를 나눴다."

3일 첫번째 단독 정상회담 직후 노무현 대통령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남측 수행원과 평양시 중구역 옥류관에서 가진 오찬장에서였다.

두 정상 간 2시간 15분에 걸친 만남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듯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회담 분위기와 오후 회담에 임하는 각오를 다소 소상히 밝혔다. 두 정상이 공감대를 이룬 부분과 인식의 차이가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설명하고,“진지한 자세로 정상회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20분 간에 걸친 오찬 인사말에서 평화 합의와 공동의 경제번영을 위해 북한 체제를 존중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부분에 인식을 같이하진 못했지만 (김 국방위원장이)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계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번에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화해와 통일에 대해서는 논쟁이 따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한가지 쉽지 않은 벽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제한 뒤 “남측이 신뢰를 가지고 있더라도 북측은 아직도 남측에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신의 벽을 좀더 허물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예를 들면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어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오늘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개성공단을 아주 만족하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북측이 속도의 문제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개성공단을 ‘개혁과 개방의 표본’이라고 많이 얘기했는데,우리식 관점에서 우리 편하게 얘기한 것이 아니었냐. 북측이 볼 때 역지사지 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는 용의주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북측의 입장과 북측이 생각하는 방향도 존중해서 불신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함께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안 드린다”고 남측 수행원들에게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어제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단지 마음 속의 감동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파장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6·15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한 장이 남북의 국제적 위상과 신뢰를 엄청나게 높여 줬다”고 평가하고 “우리 식으로 얘기해서 ‘돈으로 따지면 그 가치를 얼마로 매길 수 없는 엄청난 성과가 있다’고 (남측에서) 말을 해 왔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그때만큼 큰 파장을 기대하긴 어렵겠다”면서도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모습 또한 전 세계에 ‘한반도가 더 이상 말썽의 지역, 불안의 지역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와 믿음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제도 평양 주민이,연도에 많은 사람이 나와 따뜻하고 열렬히 환영해 매우 기분이 좋았다”면서 “그와 같은 배려를 해주신 북측 당국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연도에 계신 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표정이 그렇게 간절할 수 없었다”면서 “남북의 국민이 나눠져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그분들의 표정에서 생생하게 보았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 그동안 수십 개 국을 다녔지만 북측 땅만큼 먼 나라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음식도 똑같고 잠자리도 똑같고 통역도 필요 없고 정말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체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역사적 현장에 함께하고 있다”면서 “양국 간 평화·정착·공동의 번영, 마침내 화해와 통일로 가는 과제가 순탄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김 위원장과 북측 인민들의 건강과 행운을 함께 기원한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인사말을 마친 뒤 노 대통령은 오전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함께 별실로 자리를 옮겨 이들과 함께 오찬을 나누며 오후 회담을 준비했다. 노 대통령은 오후 1시 40분쯤 김 위원장과 두번째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백화원 영빈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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