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환영 만찬 답사(전문)

평양=공동취재단 기자 2007.10.0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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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 그리고 북측 인사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 일행을 위해 이처럼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따뜻한 환영의 말씀을 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평화와 공동번영에 대한 우리 겨레의 염원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참으로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진 북녘의 산과 강, 논밭의 모습도 그 어느 것 하나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사람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지만 우리 강토의 모습은 여전히 하나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슴 뭉클했던 것은 북녘 동포 여러분의 뜨거운 환영이었습니다. 한 민족 한 핏줄임이 거듭 실감이 났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남녘 동포들이 보내는 각별한 우정의 인사를 전합니다.



귀빈 여러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오늘과 같이 만나서 대화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동안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일이면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나 신뢰를 해치는 일은 최대한 절제해 왔습니다.


말 한마디라도 상대를 존중해서 하고 역지사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의 원칙을 일관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해 왔습니다.

6.15 공동선언 이전까지 남과 북은 신뢰를 증진시키려는 노력 없이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해 왔습니다. 합의는 많았지만 그만큼 실천이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년간의 교류협력에서 우리는 신뢰를 쌓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성공단, 철도와 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처럼 서로 만나서 합의하고, 합의한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찾아 함께 실천해 나간다면 더 큰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의 증진은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민족 공동번영의 미래를 여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정상회담이 그런 미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지금 간절한 마음으로 회담을 지켜보고 있는 7천만 겨레에게 큰 희망을 선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민족의 장래를 내다보면서 진실된 마음으로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자리를 함께하신 여러분,

이제 역사는 힘과 대결의 시대에서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반도에도 화해와 협력이 역사의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분단은 우리 힘으로 막지 못했지만,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함께 번영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하기에 따라서는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통합의 질서를 만드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의 감정이 남아 있다면 지금 이 순간 털어냅시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불신의 골도 하루 빨리 메워 나갑시다. 평화 정착과 공동번영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김영남 상임위원장께 거듭 감사드리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하겠습니다. 건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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