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김 위원장 건강 위해 건배" 즉석 제의

평양=공동취재단,최중혁 기자 2007.10.0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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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사 "남측 언론 문제삼지 않겠느냐" 우려…김 위원장 '깜짝' 등장은 불발

만찬 1시간30분만에 경쟁적으로 "위하여"...'화기애애'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방문 첫 날인 2일 저녁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공식 환영 만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사를 했다.

이날 만찬은 평양 중심가에 위치한 목란관에서 오후 7시에 시작됐다. 원래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던 김 국방위원장이 또 다시 깜짝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있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만찬을 주최한 김 상임위원장은 만찬사에서 "이제 우리 앞에는 북남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조국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야 할 성스러운 과제가 있다 "며 "조국 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이 잔을 들 것을 제의한다"고 건배를 제의했다.

뒤이어 노 대통령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달렸다.불신의 감정이 남아 있으면 털어내자"며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한다"고 화답했다.



남측 수행원들과 북측 관계자들이 테이블별로 섞여앉아 시작된 만찬장의 분위기는 처음에는 차분했다.분위기가 달아오른 건 만찬이 시작된 뒤 1시간 30분여가 지난 오후 8시 35분쯤이었다.

먼저 김만복 국정원장,김장수 국방장관,김정길 대한체육회장,배기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이 앉은 테이블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큰 소리로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구본무 LG 회장 등 기업인들도 함께 일어났다. 그 뒤를 이어 문정인 연세대 교수,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이 앉은 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위하여" 함성과 함께 건배를 했고,남측 특별수행원들과 북측 관계자들이 섞여앉은 다른 테이블에서도 여기저기 일어나 경쟁하듯 "위하여"를 외쳤다.


건배 연호가 잦아들 즈음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노 대통령이 갑자기 술잔을 들고 사회를 보는 자리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지는 가운데 생긴 갑작스런 일이라 긴장감마저 조성됐다.

노 대통령은 "오늘 저녁에 여러분들이 각 테이블에서 건배하는 것을 보니 신명이 좀 나는 것 같다"며 "나머지 테이블은 따라 하자니 그렇고 안 하자니 기분이 안 풀리는 것 같으니 다 같이 기분을 풉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 간에 평화가 잘되고 경제도 잘되려면 빠뜨릴 수 없는 일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시고, 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건강해야 한다"며 "좀 전에 (제가) 건배사를 할 때 두 분의 건강에 대해 건배하는 것을 잊었다"고 했다. 만찬장은 일순 고요해졌다.

노 대통령은 "신명난 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두 분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합시다"며 "위하여"를 선창했다.

그러자 만찬 참석자들도 모두 뒤따라 일어나 "위하여"를 외친 뒤 박수를 쳤다. 자리로 돌아온 노 대통령은 환한 얼굴로 맞는 김 상임위원장과 잔을 다시 한번 부딪쳤다. 만찬장에는 때마침 '반갑습니다'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를 제의한 데 대해 일부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언론에서 문제삼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은 이날 두시간 넘게 진행된 만찬에서 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양측의 배석자들과 거리가 있어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만찬은 2시간10여분 만인 오후 9시10분에 끝났다. 김 상임위원장은 노 대통령 내외를 만찬장인 목란관 로비에서 배웅했고,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노 대통령의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곳까지 따라와 "편히 쉬시라"고 배웅했다.



만찬장의 헤드 테이블에는 노 대통령 좌우에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김 상임위원장이 앉았고, 북측 관계자들로는 최창식 교육상(남한의 교육부장관),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박관호 평양시 인민위원장, 최태복 당 비서, 로두철 부총리, 박순희 여맹위원장, 라동희 육해운상, 김용남 철도상, 권호웅 내각 참사가 자리했다.

남측에선 지관스님,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성경륭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통일부장관, 김우식 과기부총리, 변재진 보건복지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등이 앉았다.

만찬 메뉴는 게사니구이(수육과 비슷한 요리),배밤채(배와 밤을 채 썬 것), 오곡찰떡,과줄(쌀과자),김치,잉어배살찜,소갈비곰(갈비찜 종류),꽃게 흰즙구이,송이버섯완자볶음,대동강숭어국과 흰밥이었다.



후식으로는 수박과 성천약밤구이가,만찬주로는 고려개성인삼주와 들쭉술ㆍ룡성맥주ㆍ동양술(고량주의 일종) 등이 곁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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