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동체 위한 제도·군사적 합의 목표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7.09.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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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어떤 의제 오갈까..기존 경협 합의 걸림돌 제거에도 중점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들이 오갈지 취재경쟁이 뜨겁다.

예상 및 추측보도가 난무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의제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상 관례도 아니고 회담 성과를 위해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 중에 사실인 것도 있지만 ‘새마을운동 추진 제의’, ‘토지공사 北 개발 로드맵 작성’ 등 일부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기도 했다.



회담 의제와 관련해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번 만남이 각 분야 ‘대표자 회담’이 아니라 ‘정상회담’이란 점이다. 통일부 한 고위당국자는 이를 “극단적으로 보면 두 정상 외에는 모두 들러리로 보면 된다”고 표현했다.

특별수행원을 포함한 200명의 방북대표단 가운데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라는 얘기다. 양 정상간에 큰 줄기에 대한 대화가 오가며 합의가 이뤄진 뒤 나머지는 모두 장관급회담 등 별도 회담을 통해 구체화되고 다듬어져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방북 이틀째인 다음달 3일 2차례 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시간은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으나 길어야 10시간을 넘지는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10시간 안팎인 회담시간 동안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다른 관계자는 “꼭 다뤄야 할 주제는 반드시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많이 준비한 내용이라도 분위기에 따라 1분밖에 대화를 못 나눌 수도 있고 반대로 예상치도 못한 주제에서 긴 대화가 오갈 수도 있다.

때문에 꼭 필요한 얘기를 못 나눌 경우에 대비해 문서교환 방식의 의제 주고 받기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를 한반도 평화, 남북 공동번영, 화해와 통일 등 3가지라고 밝혔다. 각 분야별로 굵직한 예상 의제들을 한 번 살펴보자.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어떤 내용 담길까? =남북 정상회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단어는 평화와 번영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공동체 건설이다.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라 평화가 더 강조될 때도 있었고, 번영이 더 강조될 때도 있었다.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와 번영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6·15 공동선언문’이 나왔다. 이번 회담에서도 평화와 번영을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진전해서 다루는 공동선언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평화의 문제와 관련, 정부는 이번 회담이 분단시대에서 평화시대로 넘어가는 실질적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Peace-Zone)’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를 단계적으로 철수시켜 이 곳을 평화생태공원으로 바꾸는 방안과 서해에 공동어로 구역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일의 방식과 관련해서는 6자회담이 진행 중인 만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는 것 외에 더 의미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 한 당국자는 “높은 단계의 연방제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6·15 공동선언의 제2항, 즉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대해 재확인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제2개성공단 등 경제공동체 지향= 평화 문제와 더불어 이번 회담의 또 한 축은 좀더 진전된 경제협력, 즉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합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 역시 경제공동체 구축을 제안하며 경협에 무게중심을 싣는 모습을 보여왔다.



남북 경협과 관련, 가장 큰 이슈는 제2의 개성공단, 즉 개성공단 이외의 경협 지역 선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2의 개성공단 후보지로 남포와 해주, 신의주, 원산, 나진·선봉 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주의 경우 북한의 해군 요충지이고 신의주는 중국의 이해가 필요하므로 남포와 나진·선봉이 북한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해 보인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해주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거론됐던 곳이지만 군사요충지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의주 역시 중국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어서 다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경협 지역이 어디가 됐든 그 곳까지의 철도 및 도로 연결, 통신 및 전력망 정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필수적으로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일회적인 단순 경협 수준에서 벗어나 쌍방적이고 투자적인 경협, 나아가 경제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 군사적 조치들에 대한 합의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방안들은 북한의 대테러 지원국 삭제 등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을 전제로 하고 있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북한이 원하는 중화학 공업단지나 정보기술(IT) 공단이 건설되려면 전략물자 도입이 허용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금강산 외 관광지 확대 문제, 경공업 및 지하자원 공동개발 문제, 농업 및 보건의료 협력문제 등 기존에 논의돼 오던 경협 사안들도 이번 회담에서 좀 더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 포괄적 군사보장 추진 등 장애물도 제거 = 우리 정부가 구상하듯 남북관계가 경제공동체 수준의 새로운 경협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남북 경협에 대한 포괄적 군사보장을 북측으로부터 받아내는 것.

그 동안에도 경협과 관련해 남북간 많은 합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군사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05년 7월 합의된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운행만 해도 군사보장 문제로 계속 지연돼다 올 5월에야 성사됐으나 열차 정식 개통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합의를 추구하는 것과 별도로 기존에 합의됐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장애물을 걷어내는 일에도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포괄적 군사보장에 대해 양측이 모종의 합의를 도출할 경우 철도 및 도로 연결, 민간선박의 직항, 임진강 수해방지, 한강하구 골재채취 등 이미 합의했던 경협 사업이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군비축소를 위한 상설기구 설치 문제, 이산가족 상봉 문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 문제 등 화해와 통일 분야의 의제교환도 정상회담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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