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격노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07.09.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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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반도체총괄이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에 뒤진 것에 대해 격노했다. 최고의 대우와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1등을 하지 못한 것은 경영진의 책임 아니냐는 강도 높은 질책이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진에 감정을 드러내며 질책을 한 것은 14년 전 신경영선포를 준비하던 시점 이후 거의 처음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삼성전자 세탁기 라인을 촬영한 사내방송국의 영상물을 보고 대노한 적이 있다. 불량품이 양산되는 세탁기 라인을 보고 불호령을 내리고 독일로 사장단을 불러 '모든 것을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포했다. 올해 다시 표출된 이 회장의 격노가 삼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건희 회장 격노=이건희 회장은 지난 7월 29일 수원 사업장에 진행된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 참석, "어떻게 했기에 하이닉스에 뒤졌느냐"며 삼성전자 경영진들을 질타했다.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 D램 수율이 하이닉스에 일시적으로 뒤처졌다는 보고에 대해 이 회장이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했다"며 "은행들로 구성된 주주협의회가 관리하는 하이닉스에 비해 뒤처졌다는 점에서 노여움까지 드러내며 경영진을 다그쳤다"고 전했다.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는 1993년 신경영 선포 이후 갖는 내부행사로 삼성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과 세계 초일류 제품과 경쟁 업체 제품을 비교하는 자리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그룹 수뇌부들이 총출동해 삼성제품의 현 주소에 대해 평가를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엔 무슨일이=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셀의 면적을 줄이는 신공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신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라인의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수율은 반도체 라인의 생산성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율은 골든수율을 기록한 하이닉스에 뒤지기 시작했다.


얼마전엔 기흥사업장에 정전사고까지 발생해 내우외환을 겪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초 기흥사업장에 정전이 발생해 22시간동안 반도체 라인 일부가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올 들어 좋아질 것이란 반도체 경기도 최악의 상황을 이어갔다. 삼성 경영진들의 반도체 시황 예측은 계속 빗나갔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은 지난 2분기에 3300억원 이익, 8% 이익률이란 초라한 성적을 냈으며 3분기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경영 2007 나올까=14년전 신경영을 선포했던 것처럼 2007년에도 새로운 변신이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며 삼성 신경영을 선포했다. 올해는 획기적인 인사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변신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반도체총괄에 대해 이례적인 인사를 내렸다. 지난 7월 황창규 사장이 겸임하던 메모리사업부장에 조수인 부사장을 선임하고 임원진을 교체했다. 삼성이 사업연도 중간에 인사를 단행한 것은 IMF외환 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은 매년 1월에 단행하던 인사를 앞당겨 오는 12월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에 즈음해 자랑스런 삼성인상 행사를 비롯해 그룹 인사까지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 폭도 예년에 비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소폭의 인사를 통해 꾸준한 경영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시기와 폭에서부터 획기적인 인사를 단행,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 회장이 신경영급의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것이란 조심스런 예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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