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축소요? 유동성장도 아닌데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7.09.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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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헤드에게 듣는 유동성]③이정호 미래에셋證 센터장

[편집자주]미국의 금리인하로 유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현재의 자산가격 상승은 '유동성 랠리'로 표현되곤 했다. 유동성 랠리에 대한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들어봤다. 아울러 '펀드는 최소 3년투자'라는 말이 있듯이 투자가 장기투자로 바뀌었다. 리서치 수장의 장기전망도 들어봤다.

"유동성 장세라고요? 아닙니다. 경기가 좋기 때문에 통화량이 증가한 겁니다."

"유동성축소요? 유동성장도 아닌데요"


'유동성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상무(리서치센터장·사진)는 이같이 답했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 강세가 유동성 장세라는 분석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동성 장세는 돈의 힘으로만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말하는데 지금의 주식시장 강세는 기업이익의 꾸준한 증가에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상무 역시 주식시장에 대한 자산배분이 늘어 주식이 오른 것을 인정하긴 했으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유동성이 늘었다고 하나 화폐공급 자체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특히 경상GDP대비 통화지표를 보면 2005년이후 오히려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상무는 "통화량 증가는 통상적인 과정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세계 금리의 큰 흐름은 하향추세다. 이 상무는 "세계적인 저금리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쓰려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자금 수요가 감소한 것은 자본주의산업의 변화때문.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투자 대신 IT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자 자금 수요 기간은 짧아지고 분산되고 있다. 경기 사이클이 짧아진 것도 자금 수요 감소의 한 이유.


유동성의 많고 적음에서 중요한 변수는 금리. 그러나 실질금리는 1980년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인프레이션 우려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불과 2~3년전만해도 러시아나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은 두자수였으나 최근에 두자리수의 인플레이션을 보이는 나라를 찾기 힘들어졌다.

이 상무는 "내년부터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겠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친디아 등 시장확대는 지속될 것이고 IT기술은 소비재로 확산되면서 생산성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2003년이후 글로벌 독점기업의 이익은 급증했다. 이들은 이익의 상당부분을 미국 밖에서 얻고 있다. 특히 친디아를 비롯한 신흥국가들로 인해 시장규모는 확대됐다. 이 상무는 "글로벌 독점기업이 대부분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주식형으로 자금배분이 많이 된 이유다.

주식시장 강세가 꺾이기 위해서는 기업이익 증가세가 꺾여야 하는데 '높은 성장+저 물가' 상태가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상무의 설명이다. 친디아, 중동, 유럽 등 다변화된 세계 경제 구도가 글로벌 경제 성장세를 지속시킬 것이란 주장도 여기서 나온다.

이 상무는 "올초 중국의 상승률은 10%이내로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다"며 "미국이 아닌 동유럽을 비롯한 유럽의 성장이 예상외로 강했기 때문"이라고 예시했다.



현재 글로벌 금리 수준은 4%대, 반면 주식의 주가수익배율(PER)은 15배도 안된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여전히 금리보다 높은 7~8%인 셈이다. 이 상무는 "채권수익률이 7~8%가 되고 PER이 15배를 넘어서면 주식의 매력은 감소할 것이나 당분간 그런 조건이 충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그는 "현재 20%가 넘는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에 대한 기대를 갖되 기대수익률을 낮추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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