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는 보라색 꽃이 달린 키큰 싸리나무 수풀이 양 옆으로 늘어서 나를 반겼고, 그다음은 또다른 나무 울타리가 향수를 뿌리며 박수를 쳐줬다. 길 옆 난지천공원 언덕에선 귀뚜라미를 비롯, 온갖 벌레가 모여 웅장한 가을 오케스트라 화음을 만들어내며 달리기의 희열을 돋웠다. 절반가량 돌아 한강변 트랙으로 왔을 때 2.5㎞가량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만개한 채 늘어서 바람의 힘으로 애무를 해줄 때는 달리기의 절정을 느꼈다.
그런 달리기가 갑자기 골프와 비교됐다. 달리기보다 더 자연 속으로 들어간 운동이고 기회가 있으면 먼거리 마다 않고 찾아가는 골프지만 늘 달리기와 같은 편안한 쾌감을 맛보지 못했다. 도리어 이상한 스트레스만 잔뜩 쌓인다. 달리기와 달리 스윙이라는 특별한 기술동작을 해야 하고 또 스코어를 최대한 낮게 가져가야 한다는 인위적 목표부담이 있어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늘 골프장과 그 주변의 나무, 풀, 물, 바람과 교감하기보다 스윙에만 신경쓰다가 언제나 그렇듯 `기대보다 낮게 나온 실적'에 씁쓰레하며 라운딩을 마치기 일쑤다.
골프와 달리기는 각각 주식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에 비유될 수 있지 않나 한다. 현물이든 선물이든 직접투자는 골프처럼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수익률을 높이 잡고 돈되는 정보를 수집하고 욕심,유혹,공포 등 스스로의 감정과 싸우는 강도 높은 투자스윙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투자스윙이 방향성 좋은 장타일 경우에는 높은 수익을 향유할 수 있겠지만 대신 투자목표라는 스코어에 전신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만큼 다른 일, 관계와 교류를 즐기는 여유는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펀드투자는 상대적으로 편하다. 달리기 장소, 그러니까 괜찮은 펀드매니저와 운용사를 고르는 눈만 있으면 된다. 돈만 꼬박꼬박 가져다 맡기는 달리기만 착실히 하면 펀드매니저가 정해진 트랙을 따라서 알아서 불려준다. 수익률은 올인형 직접투자보다 낮게 나올 수 있지만 그런 욕심을 좀 놓은 대가로 편안한 재산증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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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판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은 골프형 투자를 즐기겠습니까. 달리기형 투자를 즐기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