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위대 무력진압 최소 9명 사망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2007.09.2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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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유가 인상으로 촉발된 미얀마 사태가 군정의 무자비한 강경진압으로 300여명의 시위대가 체포되고 9명이 숨지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 3000여명을 무참히 살해한 1988년 '88민주항쟁'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27일 무장군인과 경찰을 동원 7만여명의 군중을 강제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인 1명을 포함, 9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 미얀마의 승려들과 시민들이 26일 군사정부에 대항, 양곤시의 도로를 점령한 채 격렬한 시위를 펼치고 있다.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는 최루탄, 총, 경찰봉 등을 사용했으며 이번 시위는 지난 20년 동안 있었던 반정부 시위 중 최대 규모다. ⓒ로이터=뉴시스↑ 미얀마의 승려들과 시민들이 26일 군사정부에 대항, 양곤시의 도로를 점령한 채 격렬한 시위를 펼치고 있다.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는 최루탄, 총, 경찰봉 등을 사용했으며 이번 시위는 지난 20년 동안 있었던 반정부 시위 중 최대 규모다. ⓒ로이터=뉴시스


또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지도자 2명과 승려 100여명을 포함한 300여명의 시위대가 군경에 체포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다른 야당지도자 서너명과 유명 연예인 2명이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정의 급작스런 유가인상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민생시위를 넘어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부분 학생과 승려로 구성된 수만명의 시위대는 양곤 술레탑 길목을 차단한 무장 군경 앞에서 손뼉을 치고 국가를 불렀다. 이들은 "아웅산 장군은 국민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외치기도 했다. 아웅산 장국은 미얀마 독립의 영웅으로 11년째 장기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아버지다.


시위 진압에 나선 무장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사진기자 겐지 나가이(50)와 APF 뉴스 소속 사진기자 한명을 포함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양곤 동쪽 동부도로에서도 77여단 소속 군인들이 군중을 향해 소총을 난사, 3명이 숨졌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미얀마 군정의 무력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인명이 희생되는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미얀마의 옛날 국명인 '버마'를 고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토니 프래토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미얀마 군사정권이 지난 1989년 바꾼 국호인 `미얀마'를 사용할 것을 거부하면서 "우리는 자국민들을 탄압하는 전체주의적 독재정권이 사용하는 국호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미얀마 정부는 자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면서 "평화적인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행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미얀마 군정을 비난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평화적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미얀마 군정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합의했다.

EU 대변인은 "미얀마 국민들에 타격을 가하지 않고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회도 회원국들에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정을 지원해 온 중국은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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