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FTA 연내타결 딜레마(?)

브뤼셀(벨기에)=최석환 기자 2007.09.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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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협상 종료‥디자인 보호기간 15년·추급권 도입않기로 '합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무역촉진권한(TPA)'이라는 협상 시한이 없었다면 타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4월초 두차례 시한연장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FTA' 협상을 두고 협상단 안팎에서 공공연히 나돌던 말이다. 이 때문에 협상기간 내내 FTA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시한에 얽매인 졸속협상'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시한이 없는 한·유럽연합(EU) FTA 협상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공언해온 '한EU FTA 연내타결'이라는 시한 설정이 오히려 협상단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한수 한·EU FTA 우리측 수석대표는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크라운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연내 타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을 1년을 하든 10년을 하든 기간의 정도에 따라 협상 내용의 질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며 "가능하다면 빨리하는게 국가적인 에너지를 결집한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내 타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 협상은 다른 분위기다. 상품관세 양허안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EU측은 협상 초기부터 강력한 양허안으로 우리측을 압박하더니,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제시한 우리측의 수정 양허안에 대해서도 한미FTA와의 차별을 이유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



김 대표는 "EU측이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지만 이미 결정된 내용에 대해서는 융통성이 없고 생각보다 제도적인 장벽이 컸던 것 같다"면서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EU측과 협상스타일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한 것 같다"며 "한미FTA 수준으로 받으려고 EU측이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품관세 양허안 협상을 두고 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국면이 협상 스타일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4차 협상에서 상품관세 양허안과 관련해 '한미FTA'와 '한·EU FTA'를 비교해 업종별·산업별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기술적인 협의를 갖기로 했다.

김 대표는 "시간이 좀더 걸린다고 볼 수 있지만 양측이 만족할만한 양허안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협상 방식은 달라졌지만 FTA 타결에 대한 양측의 의지에 따라 그 결과는 더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EU측이 이미 새로운 양허안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궁여지책'이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김 대표는 뜬금없이 '한미FTA 3차협상'과 비교하며 "(협상속도가) 쳐진 분과가 없다"고 강조한 뒤 "상품관세 양허안 협상도 한미FTA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시작했다"며 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히 "(협상)판은 누구나 깰 수 있다"면서도 "상대방이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협상을 깨서라도 이익을 챙기겠다는 '벼랑 끝 전략'은 현재로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를 두고 협상단 안팎에서는 '연내타결'이라는 목표 때문에 협상의 득실보다는 시한 맞추기에 급급해 협상의 주도권을 EU측에 뺏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편 한·EU FTA 3차협상은 이날 대부분 마무리됐다. 양측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당초 EU측이 요구한 추급권과 관련해 협정문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추급권은 미술품 거래시 저작자에게 일정액을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 보호기간도 우리측이 제시한 15년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양측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을 내달 15일부터 닷새간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김한수 대표는 "3차 협상까지 진도가 많이 나간 상품협정문과 지속가능개발(노동·환경) 등은 4차 협상에선 쉬고 양측의 이견이 큰 상품관세 양허나, 비관세장벽, 지재권 등에 협상력을 집중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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