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랠리를 환매 기회로?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2007.09.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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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2000을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펼치던 지난 7월 초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김상투 씨. 펀드 가입 후 지수는 1900을 강하게 돌파, 2000선까지 가볍게 넘었으나 곧 가파른 하락이 이어졌다.

한 달여 만에 지수가 1600선까지 밀리며 공포스러운 급락장을 연출했고, 거치식으로 들어간 김상투 씨의 펀드에서는 손실이 나고 말았다.



국내외 투자가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시장 분위기는 더욱 흐려졌다. 일부에서는 2000에서 의미있는 고점을 형성했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상승의 근거를 찾을 때까지 기간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의견을 제시했다.

2개월 넘게 속앓이를 한 김상투 씨는 비용까지 포함해 손실을 모두 회복하면 펀드를 환매할 계획이다. 주식시장이 온통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펀드에 가입했으나 예기치 못했던 악재들이 불거졌고, 기간 조정을 피하기 힘들다면 굳이 펀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실제로 펀드 투자자들 가운데 지수가 1900을 회복하면 환매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증권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 '버냉키 랠리'를 매도 기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이 예상밖의 과감한 금리 인하를 단행, 1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랠리한데 이어 아시아 증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19일 64.04포인트(3.48%) 급등, 1902.6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 강세는 FRB의 0.50%포인트 금리 인하에 따른 단기적인 급등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대로 전 고점을 넘는 랠리가 펼쳐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적당한 시점에 환매 기회를 엿봐야 하는 것일까.



이승주 동양종금증권 신촌지점장은 "거치식 펀드의 투자자라면 미국발 주가 급등이 환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적립식 펀드의 경우 길게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주가 강세는 단기적인 효과일 뿐 지속성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내년 초반까지 시장은 지루한 기간 조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1600까지 밀리는 약세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환매 압력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하락장에 마음 고생을 겪은 투자자는 반등을 환매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주택 경기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경기 리스크가 풀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금리 인하에 따라 원자재를 포함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 수 있어 '버냉키 효과'는 단기에 마무리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급등이 2000 선을 재탈환하는 물꼬를 트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하지만 "장단기 투자 기간에 따른 전략은 구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기 회복이 낙관적이고, 국내 경제성장률 역시 올해 하반기와 내년으로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보유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中 관련주 - IT 차별화는 지속될 듯



지나친 약세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번 FRB의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희생하는 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신용경색과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완화,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덜어줬다는 분석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이머징마켓에서 우려했던 것은 신용경색으로 인한 외국인 매도 압력과 미국 경기 침체 등 크게 두 가지인데 과감한 금리인하로 금융과 부동산,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에 대처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그는 말했다.



김한진 부사장은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포트폴리오 조정에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IT 종목이 약세, 철강 소재 등 중국 관련 종목의 강세를 보이는 차별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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