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세계자본의 블랙홀'

홍콩=임대환 기자 2007.09.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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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IB 해외로 뛴다' (2) 홍콩에서 배운다 <상>

적은 세금+ 양질 노동력+ 중국시장...
중국-외국투자자 연결 '신 실크로드' 부상
우리-신한 등 한국 기관 진출 가속도


인구 700만명의 도시국가 홍콩. 면적이 우리나라의 1.1%에 불과하지만 골드만삭스, 도이치은행과 같은 세계적 금융기관은 물론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상업회의소(ICC) 등 국제 금융기구의 지역 본부들이 몰려있다. 중국으로 반환 당시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10년째인 올해 세계 4대 금융시장으로서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중국으로 향하는 외국자본이 계속 밀려들면서 주식 및 채권시장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경제 호황에 편승해 지난해 뉴욕과 런던을 제치고 기업공개(IPO) 실적 1위에 오른 홍콩증시는 올들어 거래량이 4배 이상 폭증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IB)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한국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홍콩에 IB사무소를 개설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홍콩 HSBC 은행부문 본부(왼쪽)와 중국은행 본부. 홍콩 HSBC 은행부문 본부(왼쪽)와 중국은행 본부.


◇왜 홍콩인가=인천공항에서 3시간 만에 도착한 홍콩의 첵랍콕공항. 출입국 심사는 간단했다. 공항에서 택시로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한 88층 높이의 제2국제금융센터(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 이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금융거리 센트럴에는 HSBC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각국 금융기관의 90%가량이 집중돼 있다.



금융기관들은 센트럴을 중심으로 30분 이내 거리에 포진해 있어 홍콩을 찾은 외국투자자들은 하루에 4~5곳의 거래선과 만나 회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과 세계 최저 수준의 과세체계도 세계 IB들이 홍콩으로 모이도록 하는 요인이다.

홍콩 주재 총영사관의 최광해 재경관은 홍콩의 발전요인으로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과 최저 수준의 세금 △영어 구사가 자유로운 저렴하고 유연성 있는 노동력 △법률, 회계, 교육 등 훌륭한 인프라 △중국시장 등을 꼽았다.

◇모여드는 세계자본=이같은 이점으로 형성된 '금융허브'는 세계의 자본을 끊임없이 끌어들인다.


 BIS에 따르면 홍콩 외환시장의 하루평균 거래액은 미화 1020억달러(2004년 4월 기준)에 이른다. 또 지난 7월 현재 홍콩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달러에 육박한다.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은 64억달러, 운용되는 단위신탁 및 뮤추얼펀드는 1942개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 규모도 2004년 91억달러에서 지난해 335억달러로 4배 가까이 커졌다.

 여기에는 개발부흥을 맞고 있는 중국이라는 거대시장과 최근 급증한 중국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상장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 상업은행들이 발행하는 외국투자자격펀드(QDII) 자금의 40%가 홍콩증시로 유입돼 중국과 외국투자자들을 연결하는 '신실크로드'가 되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350여개며 이들의 시가총액은 7000억달러에 이른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은 물론 워런 버핏 등이 홍콩 재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자본 있는 곳에 IB 있다"='2퀸스로드센트럴' 청콩센터에 입주한 골드만삭스의 홍콩법인. 18년 전 2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 직원은 1000여명에 이른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0명의 IB전문가를 또 증원할 계획이다. 홍콩시장의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74개, 이를 포함해 외국계 199개 은행이 홍콩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 금융기관들도 홍콩으로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홍콩우리투자은행 현지법인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건물에 입주했으며, 한국에서 진출한 IB 중 성장속도가 빠르다. 우리투자금융은 진출 1년 만에 직원을 40명으로 늘렸고 외국인 부사장도 영입했다. 현상순 법인 대표는 "은행 IB의 해외 진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면서 "홍콩은 그 최적의 지역"이라고 말했다.

신한 IB센터인 신한아주금융도 연내 직원을 40명으로 늘린 뒤 2015년에는 신한금융지주 IB사업의 50% 이상을 홍콩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유광호 대표는 "홍콩은 금융 투자나 유가증권 투자가 활발한 시장"이라면서 "금융인프라와 함께 풍부한 인재풀,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 등이 홍콩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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