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부담스런 동거의 시작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7.09.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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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차익잔액 해소 안돼…해외변수 불확실성 여전

우려했던 만기일은 지나갔다. 세마녀의 심술은 없었고 이번 세마녀는 '선녀'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심술의 앙금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허수성 수치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4조원이 넘는 매수차익잔액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롤오버된 차익매수잔액은 언제든지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물량을 받아낼 매수 주체가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매수주체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시장참여자들은 쉽게 '예'라고 답하기 어렵다. 전날 연기금이 337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매수주체로서의 가능성을 엿보였지만 확신을 주기엔 부족한 모습이다.



매수주체로 부상할 잠재세력이 본격적인 '사자'에 나서기에 부담스런 이유는 외부변수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음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여부는 시장이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 높은 소비자물가지수로 중국이 언제 어떤 긴축정책을 펼지도 고민거리다. 게다가 80달러가 넘은 유가는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어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가위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몸담고 있는 곳에서 떡값이라도 준다면 부담은 적겠지만 혼자 스스로 떡값을 마련하려면 할 일이 많다. 일단 여의도의 각 시각부터 살피자.



◇새로운 부담과의 동거(同居)(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롤오버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연장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시장은 앞으로 언제든지 출회될 수 있는 4조원대의 차익잔액을 끌어안고 지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부담과의 동거가 시작된 셈이다.

차익잔액이 롤오버를 선택한 것이 불안요인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의 반영이라고 확대해석하기엔 무리다. 남아있는 해외변수의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만기 후폭풍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의 혼조세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 한 고비를 넘은 것에 불과하다(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예상과 달리 차익거래 청산물량이 축소된 가운데 2%에 가까운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제 한 고비를 넘은 것에 불과하다.


OECE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미국의 경기 하강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조정했다. 게다가 다음주 화요일 FOMC의 금리인하 여부도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전날 비교적 큰 폭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추가 상승에 베팅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작년 12월 만기의 데자뷰(강문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지난해 12월 만기때 매수차익잔액은 4조원에 육박했다. 만기일 당시 프로그램 매물 부담으로 지수가 만기전부터 주춤거렸지만 만기 당일에는 비차익 중심의 프로그램 매수세로 35포인트 급등했다. 만기이후 반등세 이어지다 배당락 이후 매수차익잔액이 청산되면서 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전날 무사 통과를 단순히 환영하기엔 성급하다. 지난해처럼 배당락이라는 트리거는 없지만 2000재돌파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일정 수준의 지수대 자체가 프로그램 매물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반등이 연장되더라도 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이다. 전고점 및 저항선을 돌파할 계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단기 매매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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