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메릴린치만 글로벌 IB?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9.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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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도이치은행도 있다… 든든한 자금력 '은행IB의 힘'

증권사들의 경쟁력 강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제정 등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만 글로벌 IB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IB로 통하는 씨티은행, 도이치은행 등은 은행 중심 지주회사거나 은행이다. 국내 금융산업도 여건상 자본력 등에서 앞선 은행 IB를 통한 글로벌화가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은행 IB의 잠재력이 궤도에 올라있다는 얘기다.



◇은행IB vs. 증권IB=통상 IB하면 증권사를 떠올리는 것은 유가증권 인수업무(언더라이팅) 기업공개(IPO) 등 IB업무 가운데 증권사에만 허용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일부 업무 외에 대부분의 IB업무는 은행도 가능하다. △파생상품 개발 및 투자 △각종 구조화 금융 △부동산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S) △금융거래 자문 및 주선(신디케이트론 등) 등은 물론 △인수·합병(M&A) 주선 및 인수금융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대한 직접투자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투자 등도 할 수 있다.



한 IB 전문가는 "일반인들이 IB하면 증권사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인수업무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밖에도 IB업무가 많은 만큼 IB라는 개념을 넓은 범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메릴린치만 글로벌 IB?


◇세계적인 IB 정형없다=법이나 제도적 환경, 정책방향 등에 따라 주요국 글로벌 IB들의 형태도 다양하다. 미국은 주로 증권회사나 은행 지주회사들이 IB업무를 취급하고 있고, 겸영은행(유니버설뱅킹) 제도가 일반화된 서유럽국가에서는 주로 상업은행이 IB 역할을 병행한다. 은행이 보유한 기업정보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기업금융과 IB업무를 함께 하는 방식이다.

유니버설뱅킹 형태의 IB로는 도이치은행, BNP파리바, UBS 등이 있고, 은행 지주회사 산하에 자회사 등을 두고 IB영업을 하는 금융회사로는 씨티그룹, JP모간, HSBC 등이 있다. 개별 증권사 중심의 대형 IB로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등을 들 수 있다.


◇은행IB, 자본력이 최대 강점=은행IB의 최대 강점은 자본력에 있다. 외환은행 위기 이후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덩치가 커졌고, 수년간 '조단위'의 안정적인 순익을 창출하고 있다.

IB업무는 기본적으로 고수익·고위험 업무로 수익의 변동성이 커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힘을 받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유수한 투자금융회사조차 유가증권 인수 등과 관련된 막대한 손실 발생으로 수차례 파산위기를 경험했고 파생금융상품 손실 등으로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적지 않다. 직접투자시에도 자금력이 든든한 금융회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고, PF나 각종 구조화 금융에서도 '돈줄'을 쥔 곳이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



물론 은행 IB의 단점도 있다. 은행의 보수적 문화와 법적 한계 등이다. 법적 제약은 인수업무 불가, 은행법상의 부동산 투자 제약 등을 들 수 있다. 더 큰 걸림돌은 보수적인 문화다. 과감히 리스크를 수용해야 하는 IB업무의 성격과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통적인 상업은행의 스타일이 맞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제약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이치은행 등 은행도 IB영업을 잘 전개하고 있다"며 "현행법에서도 은행이 IB업무를 충분히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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