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경제인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남북경협을) 그렇게 폄하하고 모략했다가 지금 어렵게 조성된 남북 정상회담, 남북 화해 무대에 달랑 승차권 한 장 들고 편승하려고 한다"고 이 후보측을 비판했다.
이어 이렇듯 남북경협을 비판했다 지금에 와서 남북경협을 투자의 개념으로 바꾸고 적극 활성화하자고 주장하는데 대해 "아무런 반성도 없다"며 "이제 없어져야 할 유치한 정치행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후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진 않았지만 발언의 내용은 명확히 이 후보를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래에 대한 예측력은 지도자의 자질 중 첫번째"라며 "장래에 대한 예측이 불안한데 국민들이 어떻게 그 지도자를 믿고 투자하고 따라갈 수 있나"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아울러 "지금 당장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더라도 조류를 정확히 보고 끌고 가야 하는 것이 지도자"라며 "필요에 따라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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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여우와 두루미의 일화가 있는데 그동안 일각에서는 '여우가 왜 두루미를 생각하느냐'는 식으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루미처럼 사고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따라서 문제가 풀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서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분들도 이러한 역지사지의 가치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상대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희망과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대화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靑 대변인도 "한반도 구상, 우리 것을 베낀 건 아니겠지만..."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 후보측의 '신한반도 구상'을 비판했다. 천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신한반도 경제구상"인가를 발표했는데 그 발표문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며 "한나라당 인터넷 뉴스팀의 기사를 보면서 이게 '청와대브리핑'이 나간 게 아닌가 했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대개 내용을 보면 '대북경협은 일방적 지원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전환해서, 북한의 인력과 남한의 자본이 만나면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는 얘기"라며 "이는 지난 8월15일 광복절에 대통령이 남북 경제공동체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나서 제가 했던 설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공동체'라는 표현을 누구만 쓴다는 법은 없겠지만, 이 내용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전체적으로 대통령의 구상과 무엇이 다른지, 다만 그 앞에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얘기가 빠져있을 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천 대변인은 "그때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구상이 어떤 것인지 세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드렸는데 하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남북간에 쌍방적인 것이고 두 번째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이고, 세 번째는 소비적인 것이 아니라 투자적인 것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바뀌어 나갈 것이고 이것은 남북간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또 "그래서 이걸 보면서 이게 우연의 일치인지, 베낀 건 아니겠지만, 정말 이렇게 생각한다면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통령의 현재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 주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대통령' 발언으로 비판 받았던 조석래 회장도 참석"
노 대통령이 이 후보를 강력 비판한 이날 간담회에는 공교롭게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경제단체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조 회장은 남북 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참석했다.
조 회장은 지난 7월25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차기 대통령은 경제를 제일로 삼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며 이 후보를 지칭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옛날 일을 자꾸 들춰내면 사실 답이 없다"며 "그런 식으로 다 들추면 국민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은 없다"고 말해 당시 이 후보를 둘러싼 검증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특정 후보 편들기'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조 회장은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정아씨 파문'으로 물러난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전경련 회장께서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주장을 했다"며 "전경련 같은 단체가 있는 곳이 전 세계에 어디에 있냐"고 강력 비판했었다.
조 회장은 지난 8월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 제3기 협약체결 격려 오찬에 참석했을 때 기자들이 '경제대통령' 발언 파문에 대해 질문하자 "언론이 나쁘다"며 언론 탓을 했다.
조 회장은 "내가 말한 것은 차기 정부를 보고 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음 정부에서 경제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