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실장과 유혹, 그리고 거짓말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9.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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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직은 가장 경제적인 삶의 양식"

변양균실장과 유혹, 그리고 거짓말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 때는 소문난 골초였다. 지금은 담배를 끊은지 20년이 넘었지만.

평소 자기절제에 철저했던 그답게 담배를 끊는 방법도 유별났다. 담배는 커녕 아예 담배갑에도 손을 안 대기로 스스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일화도 있다. 10여년전 변 실장이 당시 경제기획원 장관과 함께 호텔에서 비밀회의를 하던 중이었다. 담배를 찾는 장관을 위해 변 실장이 담배 심부름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담배를 사온 뒤 갑을 뜯어서 한 개비를 빼 드리는게 장관에 대한 관례였다. 그런데 변 실장은 이미 담배갑에도 손을 안 대겠다고 다짐한 터였다. 고민 끝에 그는 담배가 든 검은 봉지를 통째로 장관에게 건네줬다고 한다. 장관이 어처구니 없어 했음은 물론이다.

그 정도로 '자신과의 약속'에 철저했던 변 실장이 추문에 휩싸였다. 그것도 '학력위조' 파문의 주인공 신정아씨와의 사이에서다. 두 사람이 깊은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속속 확보되고 있다. 변 실장이 신씨를 비호하기 위해 장윤 스님과 통화했음도 사실로 드러났다. 외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분임에도 그랬다.



"종이 한장 안 들어갈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완벽주의자'였던 변 실장도 후배임을 자처하는 여성 미대 교수의 유혹 만큼은 이기지 못했나 보다. 한 때 화가를 꿈꿨을 정도의 미술 애호가였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소신파' 공무원들이 대개 그렇듯 변 실장도 신변은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고손 치더라도, 변 실장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는 남는다.

바로 거짓말이다. 평소 "아예 말을 안 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거짓말은 안 한다는게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변 실장이다.


한 공무원은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고 이해를 구했다면 이처럼 불명예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쉽지 않았겠지만, 처음부터 솔직하게 털어놓는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펴낸 '가슴으로 생각하라'는 책의 글귀가 오버랩된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 그래서 정직은 가장 경제적인 삶의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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