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LIFE] "해운업계 CEO 3인3색 스타일"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7.09.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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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나이'. 일반인들이 언뜻 떠올리는 해운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이미지다. 그러나 한진해운 (5,740원 ▼10 -0.17%) 박정원 사장, 현대상선 (17,480원 ▲1,210 +7.44%) 노정익 사장, STX팬오션 이종철 사장 등 국내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CEO들은 자신들의 업 만큼이나 골프를 알고, 음악을 알고, 산을 안다.

1972년 한진해운에 입사해 32년만인 2004년 10월 사장에 오른 한진해운 박정원 사장. 박 사장은 해운과는 무관할 성 싶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ROTC 장교로 육군복무를 마친 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해운공사 시험을 본 게 해운업 입문 계기가 됐다.



박 사장은 업계에 소문난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 스스로도 "모든 운동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즐긴다. 한때 주먹으로 유명했던(?) '중동고' 출신답게 합기도 3단, 태권도 초단 등 무술에도 능하다. 학창시절 호신 차원에서 무술을 익히며 강철 체력을 만들었다.

CEO가 되고 나서 자주 필드에 나가지 못하지만 해외 지점장과 임원을 지내며 국제영업을 할 당시에 박 사장은 싱글 수준의 골퍼였다. 국제 비지니스맨으로서 골프는 기본이었고 그리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박 사장이니만큼 실력도 뒤지지 않았다.



박 사장은 최근 들어 매주 북한산 또는 관악산을 찾는다. CEO가 된 뒤 각종 회의, 장기 해외출장과 현장 방문, 대외 행사 참가 등 숨돌릴 틈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 골프보다는 등산을 통해 건강도 관리하고 경영을 위한 구상도 하고 있는 것. 그에게 산은 충전을 위한 최고의 충전지대다.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맨'이었던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은 2002년 9월부터 현대상선호를 이끌고 있다. 현대상선 사장 취임 이후 직원들과 격의 없이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데이'와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그의 트레이드마크. 그리고 또 하나 '색스폰'이다.

노 사장은 2005년말 신촌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직원들 송년회에서 갑자기 검은색 큰 가방을 들고 무대로 나갔다. 그리고는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색소폰을 꺼내 "그 동안 틈틈이 배운 이 악기로 음악선물을 드린다"는 말과 함께 연주를 시작했다.


'소녀와 가로등' '광화문연가' '사랑 보다 깊은 상처' 등이 이날의 레퍼토리. 노 사장은 2001년 7월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서 현대상선에 취임하기까지 1년2개월간 공백기 동안 '색소폰'을 배워 이날 직원들 앞에서 연주솜씨를 선보였다.

그는 직원들 체육대회 때는 '어머나'를 간드러지게 불어 제끼기도 해 좌중을 열광시켰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언론계 인사의 권유로 색소폰에 입문하게 됐다는 노사장. "처음에는 단소를 불었는데 왠지 색소폰이 더 잘 맞는 것 같아 바꾸게 됐다"고 한다. 요즘은 지인들에게 색소폰을 권하고 있다.

연평도 섬내기인 STX 팬오션 이종철 사장. 증권회사(삼보증권)를 다니다 국제 비지니스를 할 수 있는 해운업이 좋아 보여 해운업계에 투신했다. 1979년 전직 이후 30여년 동안 해운 외길을 걸어 왔다.

날 때부터 평생 바다와 인연을 맺고 살아온 이 사장이지만 그의 취미는 등산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5~6명의 직원들과 함께 등산을 하면서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여기저기 명산을 쫓아다니는 편은 아니고, 주로 집 근처의 북한산에 갑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직원들과 같이 술을 마셨지만, 건강에도 해롭고 시간도 낭비하는 것 같아 생각해 낸 대안이 등산이었다. 팀워크도 강화하면서 동시에 체력까지 관리하는 데 등산만한 것이 없다는 것.

그의 등산에는 철칙이 있다. '산 타는데 3시간, 뒷풀이 3시간'이 그것이다. 땀 흘리는 시간만큼 어울림의 시간도 이 사장에게 중요한 까닭이다. 전 직원이 한 순번을 다 돌았고 최근에는 이메일로 신청을 받아 등산팀을 꾸리고 있다. "꼭 정상을 정복하는 게 목표는 아닙니다. 산을 즐기면서 산과 함께 호흡하는 게 좋아요."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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