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을 향한 첫 발을 뗐음에도 '화학적 결합'은 때이른 모습. 분기점은 선대위 구성, 당직 인선 등 남은 인사의 향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회동에서 줄곧 정권교체를 위한 '화합'을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자(이 후보)"고 했다.
박 전 대표도 '대전제'에는 이견을 달지 않았다. "화합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동의했다. 하지만 '화합'의 전제조건으로 이 후보의 '노력'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이어지는 발언에서는 '우려'의 뜻도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당이 하나가 되어서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하는데,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문제라든지, 당의 노선이나 운영 이런 것들이 기사화가 많이 됐다. 당의 앞날에 대해 걱정들을 많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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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이후 측근들의 인사 불만을 박 전 대표 자신이 직접 드러낸 셈. 박 전 대표는 "후보께서 이제 후보가 되셨으니까 그런 것들을 잘 알아서 잘 하시리라 믿는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앞으로 선거에 임박해 중요한 일들은 상의하겠다"는 이 후보의 말에는 "후보 중심으로 하시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후보의 선대위원장직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당의 전면에 나서 이 후보의 당선을 돕기보다 물밑행보하며 측면 지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랐다.
미묘한 분위기는 회동 후 함께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표정과 발언에서도 묻어났다.
기자들을 물리치고 약 20여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눈 이 후보의 표정을 무척 밝았다. 소감을 묻자 만면에 웃음을 띠고 "좋다"고 했다.
회동 결과에 대해서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했고 뜻을 같이 했다"고 흡족해 했다.
박 전 대표는 약간 달랐다.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공개된 자리에서 말씀을 나눈 연장선에서 잘해보자는 얘기를 했다. 특별한 다른 얘기는 없었다"며 원론적 화합 이상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도 묻어났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회동과 관련 "큰 틀에서의 화합에 대해 두 분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점 외에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라며 "앞으로 이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짜 화합이 될 지가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친박 인사는 좀더 구체적으로 "선대위나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선거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화합'은 여전히 이 후보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