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화학결합 '아직은'··남은 인사 '분수령'

오상헌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7.09.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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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후 첫 회동 미묘한 분위기...朴, '화합'보단 李측 '노력'에 방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비껴가지 않았다. 경선 후 첫 만남이란 '상징성' 외에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미흡했다.

'화합'을 향한 첫 발을 뗐음에도 '화학적 결합'은 때이른 모습. 분기점은 선대위 구성, 당직 인선 등 남은 인사의 향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측을 끌어안는 '탕평인사'를 선뵐 지, 대권을 향한 친정체제 구축으로 방향타를 잡을지에 따라 당의 '화합'이냐 '분열'이냐가 갈릴 전망이다.

이 후보는 이날 회동에서 줄곧 정권교체를 위한 '화합'을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자(이 후보)"고 했다.



"박 전 대표하고 저하고 둘이 힘을 합치면 정권,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주역에 나오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그 예리함이 쇠도 자를 수 있다 )'이란 성어를 인용했다.

박 전 대표도 '대전제'에는 이견을 달지 않았다. "화합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동의했다. 하지만 '화합'의 전제조건으로 이 후보의 '노력'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이어지는 발언에서는 '우려'의 뜻도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당이 하나가 되어서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하는데,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문제라든지, 당의 노선이나 운영 이런 것들이 기사화가 많이 됐다. 당의 앞날에 대해 걱정들을 많이 한다"고 했다.


경선 이후 측근들의 인사 불만을 박 전 대표 자신이 직접 드러낸 셈. 박 전 대표는 "후보께서 이제 후보가 되셨으니까 그런 것들을 잘 알아서 잘 하시리라 믿는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앞으로 선거에 임박해 중요한 일들은 상의하겠다"는 이 후보의 말에는 "후보 중심으로 하시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후보의 선대위원장직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당의 전면에 나서 이 후보의 당선을 돕기보다 물밑행보하며 측면 지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랐다.

미묘한 분위기는 회동 후 함께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표정과 발언에서도 묻어났다.

기자들을 물리치고 약 20여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눈 이 후보의 표정을 무척 밝았다. 소감을 묻자 만면에 웃음을 띠고 "좋다"고 했다.



회동 결과에 대해서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했고 뜻을 같이 했다"고 흡족해 했다.

박 전 대표는 약간 달랐다.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공개된 자리에서 말씀을 나눈 연장선에서 잘해보자는 얘기를 했다. 특별한 다른 얘기는 없었다"며 원론적 화합 이상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도 묻어났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회동과 관련 "큰 틀에서의 화합에 대해 두 분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점 외에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라며 "앞으로 이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짜 화합이 될 지가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친박 인사는 좀더 구체적으로 "선대위나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선거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화합'은 여전히 이 후보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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