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부자가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에 주요 계열사의 물류 95% 이상을 몰아줬다. 이같은 계열사간 부당한 밀어주기 거래는 3조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같은 부품도 현대차엔 비싸게 기아차엔 싸게'
가격을 올려준 이유는 원료 가격 상승이었다. 그러나 모비스는 재료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에 납품가격을 올려주지 않은데다 당시 재정이 어려웠던 기아차에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계열 철강업체인 현대 하이스코에 강판을 공급받으면서 비계열 철강업체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매겨 735억8400만원을 지원하고 기아차가 모비스로부터 제공받은 부품 값 196억원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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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는 설비 제작 입찰을 하면서 다른 업체들이 낸 최저가(470억원) 견적서를 무시하고 계열회사인 로템과 높은 가격(481억원)에 계약을 체결해 13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현대차와 모비스, 글로비스 등은 납품 대금을 결제할 때 계열사인 현대카드를 이용했다. 신제품을 출시한 현대카드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종전 납품가 결제는 현금이나 어음, 기업구매전용카드 혹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을 사용했다.
공정위는 "구매대금 결제를 법인카드로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결제수단에 비해 평균 25~85일정도의 신용공여기간이 줄어드는 불이익에다 수수료 부담도 생기기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는 납품업체가 부담했다.
◇'물량 몰아주기'적발은 첫사례.. 다른 기업에도 불똥튈까
현대차의 글로비스 부당지원 행위는 그룹 내 일감을 계열사에 몰아주면서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적발한 첫 사례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의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비스는 지난 2003년 정 회장 부자가 25억원을 출자해 세운 물류회사다. 현대차 그룹이 계열사들의 물류의 95%이상을 글로비스에 몰아주면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8850억원. 이 가운데 글로비스가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사와 거래한 물량은 8189억원이다. 공정위는 이 중 4814억원을 부당지원과 관련된 거래 금액으로 보고 10%인 481억원을 부당지원금액으로 산정했다.
당초 정 회장 부자가 대주주인 건설사 엠코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주주의 지분율이 35%로 상대적으로 적어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로 다른 재벌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앞으로 다른 재벌 그룹의 물량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본부장은 "재벌 그룹 내 부당지원 행위를 막기 위해 대규모 내부거래는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며 "재벌 그룹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사후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