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 대수술 '전문성·수익성 강화'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9.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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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전문가에게 맡겨...주식 및 대체투자 확대 전망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작업이 전문성과 수익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6일 기금 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7명의 민간전문가로 구성하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부 간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기로 했다. 또 기금운용 실무를 맡을 기금운용공사(가칭)도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기금운용 시스템에 대한 일대 '수술'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조만간 확정된 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어떻게 바뀌나=개편안의 핵심은 최고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이 크게 강화된 점이다.

현재는 정부 대표와 가입자 대표,사용자 대표,전문가그룹 등 21명이 기금운용위에 참여해 전문적인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회의도 1년에 4~5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고, 위원들의 참석율도 50~60%에 그쳐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금적립액이 200조원을 돌파한데다 앞으로 이 규모가 계속 증가해 2037년에는 최대 171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더이상 '초보 운전자'에게 기금 운용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수용해 기금운용위를 상설기구로 전환시키고 운용위원수도 7명으로 크게 줄였다. 또 운용위원은 모두 민간 전문가로 채우도록 했다.

기금운용위 결정에 따라 실무 투자를 맡게 되는 기금운용공사는 국민연금공단 내부에 있던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구성하고 기금운용공사의 감독권은 금융감독원이 갖게 된다.


기금,공격적 투자 강화될 듯=민간전문가에 운용 권한이 주어지면서 투자 성향이 다양화, 공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기금운용은 채권 위주의 '안전' 투자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의 경우 채권 투자가 86.7%로 절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주식 투자는 11.6%에 그쳤다. 대체투자는 단 1.1% 규모였다.

박태영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팀장은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사라지는 만큼 민간 전문가의 판단에 따른 재무적 운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비판여론을 수렴해 오는 2012년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30%, 대체투자 규모를 10%까지 확대하는 중기 자산운용 배분안을 확정해 놓은 바 있다.



이같은 기금운용 선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변금선 연금연대회의 간사는 "기금운용의 독립은 찬성하지만 기금이 미래에 국민들에게 돌려줄 돈이라는 점에서 안전성을 도외시하면 안된다"며 "앞으로도 가입자 대표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반응 '파격적이다'=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안의 골격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파격적"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국민연금이 주식 및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현재까지 '아마추어'식의 운용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프로' 다운 운용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개편안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기금운용위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주면서 전문성과 운용 노하우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평가한다"며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금운용위원회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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