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와인]현정은 회장 "주량은 와인 1잔"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7.09.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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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와인]현정은 회장 "주량은 와인 1잔"


"주량은 와인 1잔이에요"

2004년 가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그룹 내 계열사 사보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주량을 재는 단위가 주종이 통상 '맥주'이거나 '소주'라는 점에서 보면 현 회장이 선택한 주종은 이례적이지만 우아하게 보인다.

이는 사실 현 회장이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술은 못 하지만 비즈니스상 술이 오가는 자리에서 현 회장은 와인을 선택한다. 임원들과 식사를 할 때도 '술'이라는 양념이 필요하다면 현 회장은 와인을 주문한다.



지인들에게 선물을 할 때도 현 회장은 직접 와인을 골라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현 회장의 세심함과 섬세함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현 회장이 택하는 와인이 최고급의 비싼 와인은 아니다. 특정한 브랜드를 선호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프랑스 와인이기도 하고 때로는 이태리나 미국 와인이기도 하다. 이는 그때 그때마다 현 회장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된다. 물론 그 의미는 '사랑','우정','감사','존경' 등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와인은 특히 현 회장에게 단지 술의 일종이 아닌 교류와 비즈니스를 위한 하나의 '채널'이 되기도 한다.

현 회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T) 최고경영자과정(지속경영을 위한 4T CEO 과정)을 다닌 것이 계기가 돼 이 대학원과 와이니즈가 공동 운영하고 있는 6개월 짜리 '와인문화 리더스 과정'을 수강했다. 현 회장은 당시 출장을 제외하곤 거의 100% 출석률을 보일 정도였다.

이 과정은 '와인'을 매개체로 해 국내외 최고경영자와 리더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만드는 하나의 장이 되고 있다고 한다. 경영일선에 나선 기간이 길지 않은 현 회장에게는 이 과정이 '와인학습'도 하면서 최고경영자들과 인연을 맺어 가는 공간이었던 듯하다.


현 회장은 다음달이면 어느듯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오랜 세월 잘 묵힌 명품 와인처럼 현 회장의 경영자로서의 생도 어느듯 숙성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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