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움직인 미국의 두 대통령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9.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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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부시, 서브프라임 해결 '콤비 플레이'… 뉴욕증시 랠리

↑ 조지 부시 美대통령(왼쪽)과 벤 버냉키 FRB의장.↑ 조지 부시 美대통령(왼쪽)과 벤 버냉키 FRB의장.


미국의 '두 대통령'(?)이 움직였다.

'경제 대통령'인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정치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말을 맞춘듯 똑같은 날(31일) 서브프라임 사태 해결을 위한 비책을 밝혔기 때문이다.

두 대통령의 '쌍끌이 활약'에 이날 뉴욕 증시는 강한 상승세로 화답했다. 가려운 곳을 2명이 한꺼번에 긁어줬다는 측면에서 이날 뉴욕 증시의 상승세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서브프라임 사태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극적인 대처를 표방한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언급을 살펴 본다면 이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으로 야기된 신용경색은 최악의 위기는 넘겼다는 기대감이 높다.

금리 인하를 계기로 공황상태에 빠졌던 시장 심리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패닉 확산은 실물적인 측면보다 오히려 심리적인 측면이 강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조기 해결 가능성도 조심스래 점쳐지고 있다.



◇ 경제 대통령 버냉키 "필요한 조치 취할 것"

'경제 대통령'인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와이오밍주 캔자스시티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연방준비은행 통화정책 심포지엄에서 "연준은 주택 경기가 소비와 경제 성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만큼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버냉키는 연준이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책임에 대해 긴급 자금 지원을 해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했다. 그는 "대출자과 투자자들을 그들의 재정적인 결정의 결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연준의 역할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금융 시장 상황 전개가 전반적인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경우 연준은 이러한 효과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금융시장 위기가 경제 성장을 위협할 정도가 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며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FRB가 기준금리를 현 5.25%에서 5%로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4.75%까지 인하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연설은 지난달 7일 열렸던 FOMC 회의 이후 버냉키가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의견을 밝힌 것이다. 지난 FOMC 회의 이후 신용경색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서브프라임 부도율 급증이 갑자기 다른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야기된 이번 신용경색 상황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이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재할인율 인하, 유동성 공급 등 간접적인 조치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밝힘에 따라 시장은 안도감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학자 출신의 신중한 버냉키 의장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벌써 3번째다. 물론 직접적인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월가도 이제 그의 어법에 서서히 적응해가는 눈치다.

버냉키는 모든 측면에서 전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과 다르다. 그린스펀이 금리정책을 통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반면 버냉키는 신중한 입장이다. 금리 정책보다 시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회복력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어떤 것이 시장을 위해 더 나을지는 아직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버냉키의 신중함이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되살리는데는 긍정적일 수 있다.



◇ 정치 대통령 부시 "주택 보유자 상환 도울 것"

'정치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사태 해결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곤경에 처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무자들의 상환을 돕기 위해 연방주택관리국(FHA)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발표된 성명을 통해 "주택 소유자들을 도울 계획"이라며 "정부는 이를 위해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모기지 개혁안을 통해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 소유자들을 위해 FHA의 저당대출보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의회에 세제 개편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현재 미국 경제는 금융시장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견실하다"면서 "최근 모기지 대출은 명백히 과도했으며, 투기자(Speculator)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는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요청했던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모기지 매입 한도 확대에 대해서는 이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이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밝히며 모기지 매입 한도 확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브라이언 몽고메리 FHA 국장은 부시 대통령의 지원계획이 발표된 후 기자들과 만나 "FHA가 오는 10월 1일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에 24만명의 주택 소유자들의 자금 상환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회계연도 10만명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다. 또 그는 향후 3년동안 연간 지원 규모를 6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뉴욕 증시 원-투 펀치에 화답



버냉키 의장과 부시 대통령의 원-투 펀치는 이날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고무돼 있던 시장에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단비를 내리는 역할을 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0.90% 상승했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12%, 1.21% 상승하는 호조를 보였다.

일단 부시와 버냉키는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승부수를 던졌다. '금리 인하' 가능성과 주택 소유자들의 신용을 지원하는 조치다.



일단 버냉키 의장의 언급에 기초할때 오는 18일 FOMC 회의에서 FR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버냉키는 금리 인하가 만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학자적 소신은 투자자들의 잘못된 결정을 FRB가 방어해주는 모럴해저드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데 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이 갖고 있는 '펀더멘털의 변화없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금리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경제적 신념의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정책과 연결될지 지켜보는 것은 향후 FRB의 사태 해결 모색에 대한 좋은 관전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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