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버냉키 콤비, '곰사냥' 나서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09.01 06:02
글자크기

[뉴욕마감]대응준비 강조-모기지대책 발표… 지수 일제 상승

↑ 조지 부시 美대통령(왼쪽)과 벤 버냉키 FRB의장.↑ 조지 부시 美대통령(왼쪽)과 벤 버냉키 FRB의장.


버냉키-부시의 '원 투 스트레이트'가 효과를 발휘했다.

31일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15.02포인트(0.87%)오른 1만3353.75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1.06포인트(1.21%) 상승한 2596.36으로 마감했다.
S&P 500지수는 15.89포인트(1.09%) 오른 1473.67을 기록했다. (이상 잠정치).



오전 10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설에 이어 11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모기지 대책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이날 버냉키의장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대통령은 정부보증확대를 통해 모기지 채무자들이 차환대출을 받을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책을 발표했다.



전날 미국 증시는 버냉키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면서 관망세를 보인바 있다.

모기지회사 어크레딧, M&A호재 급등

연방정부의 모기지 상환지원책 발표로 모기지업체들과 금융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모기지 회사인 어크레딧 홈 렌더스는 론 스타와의 인수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43.4% 급등하며 모기지 관련주 강세를 주도했다.


론스타는 이날 어크레딧 인수 대가로 2억1400만달러(주당 8.50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초 협상 개시당시의 가격에 비해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지만 인수협상이 결렬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지원책과 구조조정 방안으로 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씨티그룹과 JP모간은 전날보다 각각 1.4%, 1.3% 상승했다.



버냉키, 조심스레 '한 걸음 더'

버냉키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 홀 리조트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연준은 주택경기 침체가 소비와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만큼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혼란의 여파가 금융시장을 넘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연준의 정책결정에 있어 이같은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여 연준의 적극적인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버냉키 의장의 발표 직후 시장은 한동안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조세를 보였다. 그러나 "연준은 유동성을 공급(provide liquidity)' ''필요한 만큼의 조치(act as needed)'등의 표현을 적극적인 정책대응 의지로 해석한 투자자들이 '사자'쪽으로 돌아섰다.

월가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의 이같은 발언이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연준 정례회의 이전에 금리를 인하하거나 그외의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윌리암스 캐피탈의 스티븐 칼 수석트레이더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통화에서 "모든 사람들이 (버냉키의 연설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게 아니라는 비관론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부시, FHA 보증확대..모기지 상환 지원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도 연방주택관리국(FHA)를 통한 모기지 상환 지원에 나서겠다고 이날 밝혔다.

지수움직임만으로 보면 증시에 보다 확실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부시대통령의 대책이었다. 장초반 상승세로 출발한 이후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전후해 혼조세를 보이던 지수는 부시대통령의 모기지 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로 가닥을 확실히 잡았다.



처치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처치는 "(부시대통령과 버냉키의장의 연설은) 정부와 연준이 최근 상황을 주목하고 있으며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데 나설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모기지 개혁안을 통해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소유자들을 위해 FHA의 저당대출보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의회에 세제 개편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현재의 미국 경제는 금융시자의 충격을 견뎌낼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견실하다"고 밝혔다.



경기 관련 지수도 긍정적

이날 발표된 경기 관련지수 역시 증시에 호재로 해석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지수는 전월보다 0.1% 오르는 데 그쳐 6월의 0.2%보다 상승세가 둔화됐다. 전년동월대비 상승률도 1.9%를 기록, FRB의 목표범위내로 안정됐다. FRB는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1~2%로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호조를 보였다. 이 기간 소비지출은 전월대비 0.4% 늘어나 6월의 0.2%와 월가 예상치 0.3%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개인소득 역시 전월보다 0.5% 늘어나 4개월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월가 전문가들은 개인소득이 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의 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보여주는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3.4로 1년래 최저치를 기록, 여전히 기준치(100)를 하회, 향후 소비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국제 유가는 허리케인 우려로 인해 최근 4주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56센트(0.8%) 오른 73.92달러에 마감했다.

기상전문가들은 멕시코만 인근의 열대성 저기압이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만의 유전시설 파괴에 대한 우려가 유가상승 원인이 됐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