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그린스펀 능가하는 버냉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8.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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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의장 한국시간 오후 11시 연설에 '뉴욕의 귀' 쏠려

"오늘은 경제지표도 기업 실적도 아니다. 오직 버냉키다. 지금은 전세계가 버냉키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그린스펀 풋에 이어 버냉키 풋이 실현될 것인가?"

전세계의 이목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 시티 잭슨홀에서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례 통화정책 심포지엄에 쏠려있다.



벤 버냉키 의장의 영향력이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불리웠던 앨런 그린스펀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 버냉키 금리 인하 시사할까?



특히 이날은 버냉키 의장이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언급을 할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날 뉴욕 시황 전망은 매우 간단하다. 버냉키 의장이 이날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한국시간 밤 11시)로 예정된 '주택경기와 통화정책'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할 경우 뉴욕 증시는 그동안의 관망세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무난한 상승 랠리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버냉키 의장이 결국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고 무난한 표현으로 연설을 마무리짓는다면 뉴욕 증시는 실망감에서 투매성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뉴욕 증시는 또 다시 서브프라임 수렁에서 헤어나오기 힘들게 될 것이 뻔하다. 뉴욕 증시가 부진할 경우 전세계 증시에는 다시 경고음이 켜지게 된다. 한국 증시에서도 이날 시황을 지배한 내용은 '버냉키의 입'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아무런 신호를 내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버냉키가 충분히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추가적인 발언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것이다.



이미 버냉키 의장은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금융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거듭 밝히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현 5.25%에서 5%로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부시도 움직이네

버냉키와 동시에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움직인다. 한마디로 경제 대통령과 정치 대통령 중 누가 더 세나 한판 승부(?)도 예상되는 시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이날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 가구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프레디맥과 패니매 등 정부 출연 모기지 업체의 모기지 증권 보유 한도를 올리는 등의 대책이 포함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일단 부시 대통령은 행정조치와 세제조치를 통한 서브프라임 사태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아직까지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자들의 대출금 상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프라임 모기지 부문의 부실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는 백악관에 패니 매와 프레디맥의 모기지 매입 한도 확대를 요청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를 구제책에 포함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단 버냉키 의장은 금리 인하라는 직접적인 카드보다는 재할인율 인하, 긴급자금 공급 등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버냉키가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그린스펀과 닮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2001년 9.11 사태로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가 기준 금리를 1%까지 낮추는 금리 인하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경제는 회복됐지만, 당시 저금리로 인한 대출 붐은 지금 서브프라임 위기를 낳은 원인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버냉키는 함부로 금리 정책 카드를 꺼내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 자율 조정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 경제 상황은 패닉과 비상상태에 가깝다. 연일 서브프라임과 신용경색이 헤드라인을 때리고 있고, 증시는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 버냉키 의장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압력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버냉키 속마음을 말로 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에 왜 증시가 관심을 갖는지 당연한 이유다.

◇ 인플레 지표도 눈여겨 보세요

이날은 개인소득 관련 경제지표가 발표된다. 특히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인플레이션의 척도로 사용된다. PCE가 안정되느냐 여부는 금리 인하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이날 지표의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버냉키에 묻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 7월 개인소득은 전월대비 0.3%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7월 핵심 개인소비지출 지수는 전월대비 0.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아시아 증시의 강한 상승세에 힘입어 미국 지수 선물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가 함박 웃음을 지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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