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계가 인정한 품질경영'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2007.08.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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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라]2. 글로벌 품질로 승부한다

"만약 당신이 현대차 액센트를 고려하고 있다면 차라리 중고 폭스바겐 골프차를 사라."

2004년 말 영국 BBC의 유명한 자동차 리뷰 프로그램 '톱기어(Top Gear)'의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은 직접 한국차를 시승한 뒤 이처럼 비아냥대면서 시청자들에게 "절대 이 차를 사지 말라"고 권유했다. 그는 심지어 액센트 이름을 빗대 "accident(사고)"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프로그램의 압권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이들은 세탁기와 냉장고, 전자렌지를 조악하게 조립해 만든 자동차 모형을 선보이면서 "현대차는 자동차를 가전제품 만들듯이 한다. 거기엔 영혼도 없고 열정도 없다. 이것이 바로 한국산 자동차"라고 외친다.



◇싸구려차에서 럭셔리차로 = 한때 싸구려 자동차의 대명사로 취급 받던 현대차. 그런 현대차가 요즘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전문잡지 '모터 트렌드(Motor Trend)'의 평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모터 트렌드는 지난 3월26일 발행된 5월호에서 현대차가 내년에 출시할 대형 세단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를 표지 모델로 소개하면서 탁월한 디자인과 성능 등에 대해 보도했다.

모터 트렌드는 "제네시스는 현대차를 럭셔리 메이커의 반열에 올릴 정말 놀라운 차"라고 호평하며 "제네시스의 출시는 일본 경쟁사들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49년 창간돼 미국 최고의 발행부수와 권위를 자랑하고 전 세계 자동차메이커의 새 모델에 대해 엄격하고 공정한 평가기사를 싣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모터 트렌드가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자동차를 이렇게 극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극적인 반전이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가 이처럼 럭셔리 자동차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자신감을 얻은 때문으로 보인다.

◇MK식 품질경영 = 현대차의 품질경영은 1999년이 사실상의 시발점이다. 현대차의 품질 혁신은 정몽구 회장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1999년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엔진과 변속기에 대한 '10년 10만 마일 보증수리'라는 중대 결정을 내린다. 당시 현대차는 '싸구려 차'란 오명을 벗기 위해 '품질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6시그마 제도'를 첫 도입하면서 품질경영을 본격 가동한 시기.

품질이 떨어지는 현대차가 막대한 보증수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비난이 돌아왔다. 하지만 정 회장은 "고장나지 않는 차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뚝심 있게 밀어부쳤다.

실제 품질에 대한 정 회장의 집념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2년 8월 정 회장이 직접 오피러스 수출 차량을 점검하다가 전문가도 무심코 지나친 소음을 발견, 선적을 40여일 중단시키고 저소음 엔진으로 교체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현대차는 이후 2002년 3월에 품질총괄본부를, 이듬해 5월엔 북미 및 해외품질 조직을 각각 신설하는 등 가속도를 냈다. 정 회장은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품질본부장'으로 칭하면서 "세계최고 품질의 차를 만들라"며 임직원들을 다그쳤다.

◇세계가 인정한 글로벌 품질경쟁력 = 결과는 대성공. 세계 유수의 평가기관들이 발표한 지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신차의 품질 수준을 보여주는 미국 JD파워사의 신차품질조사(IQS) 결과를 보면 현대차 품질은 2000∼2003년 전체 37개 자동차메이커 중 34∼23위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2004년 7위, 2005년 10위, 2006년 3위로 수직 상승했다.



2001년 이후 6년간 품질 불만건수에서 업계 평균 개선속도인 15.6%의 세배에 달하는 46.9%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자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등 해외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정몽구 회장이 철저한 품질경영을 통해 과거 영욕의 현대차를 글로벌 성공 메이커로 변신시킴으로써 세계 자동차업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기적을 일구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현대차는 또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발표한 '2007 연례 차량 내구성 조사'에서도 7위를 기록, 지난해보다 무려 6계단이나 뛰어올랐다. 특히 미국 내 36개 브랜드 중 BMW(19위)와 닛산(24위)ㆍ사브(25위)ㆍ폴크스바겐(27위)ㆍ메르세데스벤츠(36위) 등 내로라하는 명차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품질 약진’은 판매 증대로 이어져 2000년 미국시장에서 24만3000대에 그쳤던 현대차 판매량은 지난해 45만5000대로 6년 만에 무려 87%의 판매신장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세계에서 쏟아지는 찬사를 이제부터 브랜드 이미지 향상 및 판매로 연결하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세계가 인정한 품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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