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작전 먹히기 시작했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08.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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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늘리려 했던 시도는 적어도 이번주 사흘 동안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17일 금리인하가 아닌 재할인율 인하 조치를 단행한 이후 주식시장이 당일 포함 4일째 반등했다. 재할인율 인하에 대해 비판의 시각을 보내던 전문가들도 금새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분위기다.



◇금리인하가 정답은 아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금리를 갑자기 인하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대조된다. 그린스펀은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CTM) 펀드가 파산했을 때 세 차례나 연이어 금리를 인하한 경력이 있다.

리치몬드 연방은행의 제프리 래커 총재는 전날 "금리인하 정책은 경제 성장 전망과 인플레이션과 같은 가격변수에 따라 결정돼야한다. 오로지 시장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 FRB 부의장이었던 앨리스 리블린은 "98년 금리인하에 찬성하는 투표를 했다. 그러나 이는 실수였다"며 "좀더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게 보다 현명했다"고 말했다.

래커는 전날 노스 캐롤라이나 샤로테에서 가진 연설에서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혼란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잠재적인 변수지만 지금까지 이런저런 경제 지표들은 기업 경영과 소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래커는 또 "잘못된 판단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로 보호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으로 10년만기 국채 금리 수익률은 0.07%포인트 오른 4.66%로 뛰었다.


그는 "FRB가 (신용시장 혼란에 따른)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에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는 시장에 맡겨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번주 금융시장 안정감 회복
몇몇 금융시장 움직임은 금리를 쉽게 올리지 않으려는 통화정책 입안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모기지 담보 대출업체들은 규모가 41억7000만달러 이상인 '점보 모기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폴슨은 "지난 수일간의 시장을 볼때 특히 점보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주식시장, 국채시장, 신용시장이 대체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98년 금리인하 이후 경제가 살아났고 주가가 급등했지만 중앙은행은 금리인하가 실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비해 최근 중앙은행의 전략은 전날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3개월만기 단기 국채 금리가 2000년 이후 최대폭 급등했고 모기지를 담보로한 기업어음(CP) 금리는 하락한 것이다.

3개월 국채 금리는 0.52%포인트 오른 3.61%에, 모기지 담보 CP금리는 5.99%에서 5.92%로 떨어졌다.



홀리 리스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의 채권 판매인은 "안전자산으로의 도피가 약해졌다"며 "국채금리가 정상화되는 등 시장이 안정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CP시장 등 문제 남았다..금리인하는 결국 피할 수 없다
모든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래커는 "1조1000억달러에 이르는 CP시장이 정상화될 만큼 중앙은행이 잘했는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폴슨 장관 역시 "하이일드 채권이나 CDO, CLO시장의 유동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시장은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버냉키 의장이 9월18일 또는 그 이전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에 있는 헤지펀드 오메가 파트너의 부회장인 스티븐 아인호른은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 신용시장의 경색은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높인다"며 "중앙은행은 적극적이어야한다. 기다려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버냉키 의장은 주중 '3자회담'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신용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주 재할인율 인하 이후 어떤 새로운 카드를 꺼낼 지 구체화된 것은 아직 없다.

전날 뉴욕연방은행은 채권딜러들이 국채를 빌릴 때 내야하는 수수료를 1%에서 0.5%로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은행 대변인은 "국채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는 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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