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제개편, 중산층 기 살리기에 올인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7.08.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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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세제개편]11년만에 감세(減稅)로 U턴한 정부

국민 특히 근로자의 '유리알 지갑'을 쥐어짜온 정부가 감세로 유(U)턴했다. 더구나 그동안 정부가 세제지원을 위해 주로 사용했던 '공제확대'에서 벗어나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놨다. 지난 96년 이후 정부는 과표 구간은 손대지 않고 두 차례(2002, 2005년) 세율만 낮췄었다.

이번 세제개편의 명분은 중산ㆍ서민층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근로의욕을 고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물가,봉급인상을 명분으로 감세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세수감소를 이유로 손사래를 쳤던 정부였다. 이 때문에 감세 조치를 반기면서도 대통령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증세에서 감세로의 U턴 = 22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7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3년까지 총 3조5480억원의 감세효과가 발생한다. 즉 3조5000억원 이상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내년에 1조6000억원 △2009년 1조8000억원 △2010∼2013년에 1000억원의 세금감면이 예상된다. 감세 내용은 소득세 과표구간 상향조정에 따라 1조1000억원 △균형발전을 위한 세제지원 1조원 △자동차 특소세율 인하 7000억원 △등유세율 인하 3000억원 등이다.

이번 세제개편은 최근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국면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재정여건도 양호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세입이 호조를 보이면서 재정운용에 여유가 있는 만큼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를 부채질하기 위해 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중산층 살리기 올인 = 올 세제개편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산ㆍ서민층 세부담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11년만에 이뤄진 과표구간 조정과 △초ㆍ중ㆍ고 자녀 교육비 공제범위 확대 △출산ㆍ입양 소득공제 추가 △등유 특별소비세 인하 등이 핵심 개편안이다.

실제로 이번 개편으로 발생하는 세수감소분 3조5000억원중 80.1%인 2조8430억원이 중산서민층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자의 세금부담 감소분이 1조560억원으로 29.8%를 차지해 가장 많고 △자영업자 8850억원(24.9%) △중소기업 4590억원(12.9%) △농어민 4430억원(12.5%) 등이다. 반면 대기업의 세부담 감소는 1130억원으로 전체의 3.2%에 불과했고 나머지 기타가 5920억원이었다.

특히 지난 11년간 손대지 않던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한 것은 정부가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덜어주고 저출산ㆍ고령화에 대응하는데 세제개편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 대선 의식한 '퍼주기?' = 그동안 임금상승률 및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과표구간 조정이나 세율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끈질기게 제기됐다. 올들어 국회 예산정책처가 물가에 연동해 과표구간을 조정하자고 제안했고,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 등이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을 포함한 대규모 감세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그동안 완강하게 '조정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외국과 비교할 때 중산층 이하의 세금 부담이 낮은 수준이고 단순히 구간만 올리는 방식은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공제 제도 확대가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대통령선거를 앞둔 조치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됐다. 적절한 대안없이 무분별하게 세금을 깎아 주다보면 국가 재정여건이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에대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방식 개선,면세유 부정유통 방지를 비롯한 세원투명성 제고방안을 함께 시행하는 등 세수확보방안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허 실장은 "세금을 깎아주더라도 그 효과가 근로의욕 고취나 성장잠재력 확충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소득세 등 다른 세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며 "다음달 발표될 중기 재정운용계획상 재정수요도 충분히 감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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