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심에 '비주류' 깃발꽂은 李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08.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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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권행군 스타트...대선체제 당무 '전권' 장악

일화 한 토막. 지난해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경선이 시작될 즈음. 출마 선언을 했던 이계안 의원이 당시 서울시장이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를 찾았다. 이 의원과 이 후보는 현대그룹 '최고경영자(CEO)' 출신. 당은 다르지만 '기업가'로 일하다 '정치판'에 뛰어든 '닮은 꼴' 정치인이다.

인사차 찾은 이 의원에게 이 후보는 다짜고짜 "너 왜 거기(정치판) 가서 고생하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너 왕따 당하지(웃음)"라는 말도 건넸다. 미천(?)한 '장사치' 출신이 고매(?)한 정치꾼들에게 '무시'당하며 느낀 '소외감'을 표현하면서 공감을 구한 것. 이 의원은 "이 시장이 정계 진출 후 느낀 박탈감이랄까, 자신의 소회를 그렇게 표현하더라"고 전했다.



이명박 후보가 21일 한나라당을 공식 접수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주류 서열이 확고한 정치권에서 '왕따'당하며 '비주류'로 버텨왔던 그의 당 입성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정치 경력이 일천한 대표적 '비주류'가 '주류'의 심장부에 깃발을 꽂은 셈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 참석을 시작으로 당무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올 12월 대선까지 당 운영과 개혁, 쇄신은 물론 인사, 재정 등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모든 게 이 후보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날 최고위원 회의는 이 후보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후보는 회의용 원형 탁자의 맨 윗자리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경선 전까지 실권자였던 강재섭 대표가 오른 쪽, 김형오 원내대표는 왼 편에 앉아 후보를 보필했다.

소회를 밝힌 이 후보의 어조에는 남다른 '감상'이 묻어났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저를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후보로 만들어 주셨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당 개혁과 쇄신에 나설 뜻도 분명히 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나라당이 여러 면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당의) 색깔, 기능 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시대적 정신, 기대에 가까이 가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보수 편향의 당의 이념 지향을 새로이 하고 구태의 때도 벗겨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올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강력한 당 쇄신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이 후보는 22일 여의도 당사로 첫 출근할 예정이다. 앞으로 1주일에 한 차례 정도 당사에 출근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선거 전략을 짜게 된다. 이미 여의도 당사 6층에는 후보 집무실이 마련돼 있다. 강재섭 대표 최고위원실 바로 옆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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