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경색의 뇌관 '콘두이츠'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7.08.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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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HSBC가 모기지 대출 부실로 실적 악화를 예견하면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폭풍이 최근까지 세계 금융시장을 옭아매고 있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독일의 연방은행들, 영국의 모기지업체인 HBOS, 캐나다 투자은행 코벤트리 등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부실에 연루되면서 이들의 투자 방법인 '콘두이츠'(Conduits)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이코노미스트가 19일 보도했다.



콘두이츠는 높은 수익과 함께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우량등급과 투기등급의 증권을 함께 묶는 특수목적법인을 말한다.

여기에는 자산담보부증권(CDO)과 구조가 복잡한 ABCP(자산유동화 신종 기업어음,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이 주로 포함된다. 신용도가 낮은 만큼 금리가 매우 높다.



콘두이츠는 1998년경 독일 연방은행인 바이에른과 웨스트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으며,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 3월 말 현재 유럽 콘두이츠 가운데 5070억달러 가량이 ABCP으로 이뤄져 있다. 전세계 ABCP 시장은 일년 전 6500억달러에서 1조200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자산을 유동화하는 데 천재적인 이들 은행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구조화투자'(SIVs,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s)에 뛰어든다.

SIVs는 고수익을 위해 위험부담이 높은 자산에 투자를 늘려, 콘두이츠의 금리가 8%라고 했을 때 포트폴리오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최대 8% 담을 수 있다. 주택시장의 위기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치가 제로(0)가 된다는 가정하에 손실 가능한 규모 만큼만 사야하는 것이다.


문제는 신용경색으로 관련 상품 가격이 급락하고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부족 위기가 발생한 것. 미국 은행들이 콘두이츠를 통해 최근 가장 많은 증권을 발행한 시장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시장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SIVs 자산의 23%가 주택모기지 증권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미국에서 발행됐다.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까지 호황을 보이자 이들은 서브프라임 비중을 늘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불과 6월말 만해도 무디스는 SIVs에 대해 '서브프라임의 대혼란 속에 고요한 오아시스'라고 평가했었다.



독일 웨스트은행과 작센은행이 보유한 콘두이츠 혹은 SIVs는 각각 350억유로, 17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5년 7월까지 이들 은행은 10년만기 채권의 발행해 왔지만 현재 이를 상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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