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KT '말뿐인 고객감동'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7.08.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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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정보 유출 기업이미지 '큰 타격'...언제까지 되풀이?

국내 최대 통신사 KT (34,600원 0.00%)가 망신살이 뻗쳤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9일 '인터넷 초고속망 가입주의보'를 발령하면서 KT와 하나로텔레콤이 고객정보를 유출하고 이를 부정사용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사랑합니다, KT'란 슬로건으로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표방해온 KT로선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 쌓아올린 '공든 탑'이 일순간 무너지게 생겼으니 말이다.

사실 KT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자체 사이트를 자회사가 운영토록 한 것이 화근이 됐고, 경찰청이 발표한 '730만건'의 무단가입은 실제보다 과장된 수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만천하에 공개해버렸으니 혐의가 있고 없고에 상관없이 기업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피해 규모를 떠나 만연한 '고객정보 보호'에 대한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을 단적으로 드러낸 데 불과하다. 걸핏하면 집전화로 걸려오는 "땅 사세요"란 광고전화나 "행운권에 당첨됐다"며 걸려오는 사기전화, 개인의 금융정보를 낚아채기 위해 걸려오는 온갖 종류의 피싱전화는 모두 해당 기업들이 고객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고객정보'가 돈 주고 팔 수 있는 '거래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만큼 고객정보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자, 반드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비단 KT만의 문제도 아니다. 하나로텔레콤은 고객정보를 팔아 30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기업들이 고객정보를 이처럼 소홀히 취급하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이미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면서부터 지적됐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되는 사건이 비일비재했고, 본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고객정보를 유출해 법의 심판을 받은 사례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침해사건은 해마다 늘고 있다. 벌칙 수준이 너무 경미해서일까. 개인정보를 부정하게 유출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된다. 이번 사건처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사건이 생겨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물면 그만이다. 한번 유출된 정보는 끝 간 데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지만 처벌 수준은 너무 가볍다.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KT의 자세 역시 가볍기 그지없다. 시내전화 2100만명,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650만명을 보유한 명실공히 국내 최대 통신업체가 자사의 고객정보가 상당량 샜는데도 '과거사'로 돌리며 '남탓'하기 바쁘다. 과거에 새나간 정보 때문에 현재 피해를 당하고 있는 고객이 부지기수 아닌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자세는 곤란하다. 고객정보를 소홀히 취급하는 기업은 결국 고객의 외면을 받게 돼있다. '고객 감동경영'이란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더이상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는 KT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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