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소개할 때 왜 출신학교를…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2007.07.0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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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성공습관]학벌에 얽매이면 발전은 없다

한국에선 언론에서 사람을 소개할 때 출신학교부터 묻거나 소개하는 반면, 미국에선 최근 저서를 먼저 묻거나 소개한다. 출신학교는 굳이 밝히지 않으면 묻거나 소개할 우선순위에서 하위 순위가 된다. 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확연히 비교가 된다.

우리나라 신문의 인터뷰 기사에서는 인물을 소개할 때 제일 먼저 출신학교부터 얘기하는데 반해, 미국의 신문 인터뷰 기사에선 인물을 소개할 때 출신학교를 언급하는 경우가 드물다.



현재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는지, 최근에 무엇을 했는지, 최근에 어떤 책이나 논문 혹은 보고서를 쓴건지 등의 최근에 생산한 지식정보가 가장 큰 관심사인 것이지, 그가 과연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는 부차적인 관심사에 불과하다. 그의 과거보다 현재의 그에게 더 중요 가치를 두고 있다.

출신학교는 과거의 기록이다. 최근 저서는 현재의 기록이다.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출신학교와 최근저서에 대한 이중적 태도 차이를 두고 우리가 과거 지향적인 반면, 미국은 현재 지향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극히 실용적인 미국의 태도야말로 지식정보시대의 미덕인 것이다. 미국에서 언론에 소개될 정도의 명사나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책이 있어야만 한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미국이 달리 지식정보강국이자 선진국이겠는가. 원래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내가 과거에는 어땠는데 말야~'를 입에 달고 살지 않던가. 우리에겐 과거가 아닌 우리의 오늘과 내일의 이름표가 더욱더 필요하고, 또 더욱더 중요하다. 자신의 경쟁력을 바라볼 때 과거 지향적인가 미래 지향적이냐 중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도 중요한 성공 습관이다.

과거 지향적인 현실 안주가 일시적으로는 이익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때는 미래 지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에 무엇을 이루었건, 오늘 계속 뭔가를 이뤄내지 않으면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진화시켜나가고 뭔가를 생산해내는 노력이야말로 미래지향적 태도의 핵심이다.


출신학교 밑천 하나 가지고 평생 우려먹고 살수 있는 한국으로선 좋은 학교 나온 간판의 위세를 가진 기득권으로서야 이런 행태가 오래 유지되면 좋겠다 싶을 수도 있지만, 실상 이런 행태의 유지는 좋은 학교 나온 이들에게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 해악이다. 학벌차별의 사회적 폐해는 결국 우리가 가진 학벌 컴플렉스에서 나왔고, 이는 곧 학벌을 간판삼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속물적 행태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학교는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자 새로운 기회의 창구인 것이지, 학교가 라이선스는 아니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런데 안되어야 하는게 되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 아닌가. 오랫동안 출신학교의 후광, 이른바 학벌주의와 학적파벌이 통용되며 막강한 선후배와 동문 라인을 만들어냈었다.

그것이 정계, 경제계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 예술계까지 이어졌다. 이런 현상이 우리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입시지상주의를 만들어내며 입시학원가를 살찌우게 하고 있다. 평생 누릴 것을 위해 한번에 크게 투자해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막대한 돈을 들여 과외도 시키고, 기부입학도 원하고 있다.

좋은 학교에 가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고,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자 경쟁사회에서는 긍정적인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단지 학교의 의미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계급처럼 지배력을 가진다는 것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흐르지 않고 정체되면 썩게 마련이다. 자율적인 무한경쟁체제가 보장되어야 사회는 더욱 더 진화한다. 인맥이 실력을 눌러서는 곤란하다. 이런 폐해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출신학교를 자랑스러워 하고, 자신을 가르친 학교와 은사에 감사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출신학교에 대한 지나치게 강한 자부심이 오히려 학벌지상주의나 학적파벌을 만들어내는 폐해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학벌주의를 철폐하자며 오히려 학력이나 출신학교를 노코멘트하는 지식인들도 늘어나고 있겠는가.

학교를 가는 것은 공부를 하러 간 것이지, 학교의 간판을 평생 이용해 먹으려고 가는게 아니다. 세계 최고의 고학력을 자랑하면서도, 막상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은 미흡한게 우리나라가 아닌가. 대학을 가기 위해서만 공부하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만 공부할 뿐, 공부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데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지식정보시대의 강국이 되기 위해서도 우리의 학력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어야 하고, 과거지향적인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지향적인 자신의 정체성이 강조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젠 사회가 바뀌고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아직까지 출신학교의 이름표를 후광삼아 좀더 유리하게 사회생활 하려던 생각을 가졌다면 이제는 고쳐먹자. 과거에 자신의 이름표가 아닌, 바로 현재의 자신의 이름표를 만들기 위해 더더욱 노력해나가자. 혹여 아직까지 자신의 태도 속에 구시대적 잔재가 남아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자.

자신의 출신학교는 과거이지 자신의 현재는 아니라며, 과거의 학교 이름을 후광삼아 미약한 나의 현실을 과대포장하려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굳이 자기소개에서 출신학교를 밝히기 보다 자신의 최근 저서를 먼저 밝히는 것을 당연시하는 미국 지식인들의 태도에서 크게 배운다. 아니 크게 배워야 한다. 이런 태도에서 지식정보시대의 힘이 나오는 것이고, 개개인의 경쟁력이 나오는 것이다.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시대는 갔다. 스스로가 자신을 발전시키고 계속해서 오늘의 멋진 이름표로 진화시키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출신학교의 끈을 손아귀에 계속 쥐고서 과거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면 못버릴수록 점점더 스스로의 경쟁력을 쌓을 기회만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이제는 명심해야하지 않을까.(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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