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방카쉬랑스 확대 반대 '왜'?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7.06.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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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종속화 심화, 불완전 판매 증가, 설계사 대량실업 불가피

생·손보협회의 수장이 직접 나서 방카쉬랑스 확대 시행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보험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보험의 은행 종속화 등 금융산업간 불균형 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을 추진한 결과 은행의 금융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은행의 자산비중은 전체 금융산업내에서 71.2%를 차지했다. 미국이 26%, 일본이 25%인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은행 비중이 높다. 순이익 규모도 2005년 기준으로 연간 13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보험권은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묶여 업무영역 확대가 제한돼 있으며,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보유계약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보험도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사보험과 외국자본과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보험회사의 핵심영역인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은행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보험의 은행 종속화를 가속화하고, 보험산업이 고사될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방카쉬랑스가 확대되면 불완전 강압판매로 고객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 및 저축성보험으로 제한된 상황에서도 불완전 판매와 강압판매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지난해 불완전판매율을 조사한 결과 보험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은 0.56%인 반면 방카쉬랑스는 12.6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한국갤럽이 24회차 이내에 계약이 실효되거나 해약한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출에 따른 강압판매율이 30.3%로 조사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문적인 컨설팅과 언더라이팅,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보장성보험의 은행창구 판매는 소비자의 피해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며 "소비자의 피해 확대는 그 자체도 심각한 문제지만 궁극적으로 보험상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보험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생·손보협회는 방카쉬랑스 확대 시행은 보험설계사와 대리점의 대거 실업사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보장성·자동차보험은 보험설계사와 대리점의 주력상품으로 은행에 개방될 경우 이들의 대량실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설계사와 대리점 조직이 있는 보험사들의 경우 은행측에서 보험료를 10~15% 인하할 경우 설계사의 45%가 탈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외에도 중소형사의 은행 편중도가 높아져 경영리스크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은 전체 방카쉬랑스 매출의 72%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 판매비중이 90%가 넘는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은행의고금리 상품 요구나 변칙적인 수수료 요구 등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만일 은행이 일방적으로 판매 제휴를 중단할 경우 중소형사들은 대안채널이 없어 경영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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