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화금융사기'와의 전쟁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7.06.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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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대신 우체국 새마을금고 악용 늘어, 정치권 특별법 추진

금감원, '전화금융사기'와의 전쟁


"아이를 납치했다" "세금을 환급해주겠다" "수사 중인 불법계좌에 당신 계좌도 포함됐다" 등으로 상대방을 속여 돈을 갈취하거나 개인정보를 알아내 예금을 불법 인출하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근절에 금융감독당국과 정치권이 함께 나섰다.

금융감독당국은 전화사기범들이 우체국과 새마을금고 계좌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우체국 우정사업본부와 새마을금고연합회에 외국인에게 통장을 발급해줄 때 주의를 철저히 하고 전화사기에 연루된 혐의가 있는 계좌에 대해서는 동결조치를 신속히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올해 초 은행들에 단기 관광목적으로 방문한 외국인이 계좌 개설을 요청할 경우 거래목적을 반드시 확인하고 이미 개설된 외국인 명의의 예금계좌에 대해서는 일제 점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또 전화사기 피해자의 신고가 있을 경우 혐의계좌에 대해 우선 동결조치를 내리고 24시간 이내에 서면으로 정식 요청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대한 피해액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외국인 계좌 관리가 엄격해지자 전화사기범들이 우체국과 새마을금고 계좌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검거된 전화사기범들이 우체국이나 새마을금고 계좌를 이용한 사례가 많았다"며 "이에 따라 우체국과 새마을금고에서도 은행에서 시행 중인 계좌발급시 주의사항을 준수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전화사기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은 "전화사기범이 검거돼도 관련 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피해자들이 돌려받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피해자들이 돈을 보다 쉽게 찾도록 하는 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도 전화사기와 관련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전화사기에 이용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는 예금주에게 관련 사실을 우선 통보하고 별도의 이의 제기가 없을 경우 피해자들이 돈을 쉽게 찾도록 하는 내용이다.

열린우리당 이근식 의원은 부정한 용도로 사용할 목적으로 대포통장을 양도, 대여하거나 이를 알선한 자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금융실명거래·비밀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전화사기 이용되는 계좌는?=금감원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은행들이 지급을 정지한 계좌는 2200여좌에 이르고 금액만 82억원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전화사기에 이용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들이다. 은행들이 통장은 개설해줬지만 전화사기에 이용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고한 계좌도 5100여좌에 이른다.
 
이들 혐의계좌는 대부분 1만2000~1만3000원 정도의 돈으로 개설되고 통장 개설과 동시에 반드시 현금카드가 발급된다. 특히 통장 개설이 끝나는 즉시 현금인출기(ATM)를 통해 바로 1만원이 인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 통장 대부분은 한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500~1000원의 소액 계좌이체가 이뤄진다. 계좌에 이상이 없는지 알아보는 확인거래인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화사기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통장은 발급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도 크다"며 "이 때문에 보완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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