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代이은 에너지 외교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7.06.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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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민간 경제외교]'에너지 독립국' 실천 위해 수시로 중동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5년 이후 만나 협력을 논한 각국의 장관급 이상 인사들은 전 세계에 걸쳐 30명이 넘는다. 이 중에는 후진타오 중국국가 주석, 아흐메트 네세트 세제르 터키 대통령, 톨레도 페루 대통령, 응웬떤중 베트남 총리 등 국가정상들만 10여명에 이른다.

최 회장이 이들 장관급 이상 고위인사들을 만나 펼치는 경영활동은 자연스럽게 세계속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민간 경제외교로 연결된다.



그룹의 특성상 최 회장의 전방위적인 민간 경제외교를 위한 노력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역시 에너지 부문이다. 석유자원을 전혀 갖지 못한 한국을 '에너지 독립국'으로 만들겠다는 SK의 슬로건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특히 에너지 외교를 위해 수시로 중동을 찾고 있다. 지난 3월 초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사장을 만나 안정적인 원유 공급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3월 말에도 4박 5일간 대통령의 중동 순방길에 동행했고 곧이어 4월말에 중동을 또다시 찾았다.



이처럼 빈번한 중동 방문으로 다져진 최 회장과 중동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는 이미 단순한 거래처 관계를 넘어서 '동반자 관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원유의 대부분이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눈에 보이는 친교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단적인 예가 SK㈜와 쿠웨이트간의 관계다. SK㈜는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최초로 쿠웨이트와 원유거래를 재개해 우정을 과시했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쿠웨이트는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에도 SK㈜와의 거래조건을 악화시키지 않았다.


최 회장의 에너지 외교는 SK의 석유·가스 매장량 확보로 이어진다. SK㈜가 보유한 석유및 가스 매장량은 SK가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선지 25년만인 지난 1분기에 최초로 5억 배럴을 돌파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8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분량(하루 220만 배럴 사용)이다.

특히 최 회장이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을 이끌기 시작한 이후인 최근 3년간 SK㈜가 확보한 원유매장량은 전체 보유 매장량의 50%를 웃돈다. SK가 2대에 걸쳐 '무자원 산유국'을 향해 품었던 꿈의 실현을 최 회장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의 행보는 단순히 석유 등 자원 확보를 위한 에너지 외교에 머물지 않는다. 원유 대량 구매와 자원개발 등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과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직·간접적인 엑스포 및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기업시민으로서 국가적 대사에 팔을 걷고 나서라"고 임직원들에 독려했던 것을 최 회장이 직접 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중국 원자바오 총리, 쿠웨이트 바더 미샤리 후마이디 재무장관, 사우디 아브라함 나이미 석유장관 등 10여명의 장관급 이상 인사들을 만나 동계올림픽과 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냈다.



이밖에도 최 회장은 SK (207,000원 ▼12,000 -5.5%)가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TD-SCDMA 기술개발의 유일한 해외 협력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높였으며, 이는 미국과 베트남으로 이어져 한국이 정보통신 사업에서 보유한 역량을 발휘하도록 했다.

최 회장은 환경오염과 빈부격차의 대물림 심화 등 글로벌 아젠다의 해결을 위해서도 발벗고 나서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이 남긴 한국인과 한국기업에 대한 인상이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최회장은 2005년 총 14회, 39박 40일을 해외에서 보냈지만 지난해에는 17회에 67박 85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5월말까지 40여일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하고 있다. SK가 글로벌 사업비중을 높이고 있는 만큼 최 회장의 민간 경제사절 행보는 앞으로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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