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1조 환원 어떻게 하나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2007.05.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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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조달 방식 및 주체 모호.. 구체화까지 시간걸릴 듯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앞으로 7년간 1조원의 기금을 출연하는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 그 배경과 재원 조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발표한 글로비스 주식의 처리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회장은 22일 열린 속행공판에서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사회공헌 위원회'를 발족, 전권을 위임키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밝혔다. 이번 발표는 지난 3월의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1조원 사회 환원 진행상황을 알려 달라"고 현대차그룹에 정식으로 요구한 결과다.



정 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사회공헌은 전부터 생각해왔던 내용"이라며 "(재판과 상관없이)이날 발표한 사회공헌안은 대국민 약속"이라고 말해 이번 사회공헌안 발표가 재판과 무관한 것임을 강조했다.

◇글로비스 1조는 어떻게? = 문제는 이날 정 회장이 밝힌 사회공헌방안이 지난해 4월19일 현대차그룹이 밝힌 '대국민 사과 및 사회공헌 방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당시 검찰이 정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하자,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28.1%)과 정의선 사장(31.9%)이 가지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 60%(2250만주) 전량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글로비스 주가가 주당 4만4550원으로 시가 1조원에 달해 사회 환원 규모는 1조원으로 정해졌다. 만약 기부할 시점에 주가가 떨어져 1조원을 밑돌 경우 현금이나 다른 주식 등을 통해 '1조원'을 맞출 계획이라고까지 밝혔다.

다만 현대차 그룹은 1조원 사회 환원 약속을 하면서 사회 환원금을 언제 어떤 형식으로 어느 재단에 기부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때 주가가 2만원대로 급락하면서 주식 평가액이 5000억원대로 떨어지자 현대차그룹의 부담은 가중됐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정 회장 부자의 주식 평가액이 9000억원에 달하자 정 회장의 사회공헌 이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글로비스 주가는 4만350원에 마감해 정 부자의 주식 평가액은 9078억원에 달한다. 약속한 1조원에 1000억원 가량 부족한 금액이다.

◇재원조달 방식 및 주체 애매모호 = 하지만 이날 정 회장이 밝힌 1조원 기금 출연과 관련,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현대차그룹측은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1조원의 기금이 글로비스 주식의 사회환원을 의미하는지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또 이날 발표만 놓고 보면 정 회장이 단독으로 사재를 출연하겠다는 건지, 정 사장도 같이 참여하겠다는건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글로비스 주식 환원 방안에는 '정 회장 부자의 주식 전부'를 내놓기로 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7년내 출연키로 한 1조원이 글로비스 주식의 사회 환원을 의미하는 지는 현재로서는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조원 기금의 조성방안은 전적으로 사회공헌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여 글로비스 주식이 아닌 별도의 사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이 아닌 다른 사재를 통한 기금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비스는 정 회장 부자가 6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의 물류회사로,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줄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사회에 환원할 경우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상황.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 재판이 끝난 후 사회공헌위원회가 발족된 이후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 회장의 '사회공헌방안' 이 보다 구체화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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