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경기지사가 2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오후 3시 김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동교동 자택을 직접 찾아갔다. 지난 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한반도평화경영전략'이라는 전향적 대북정책 공약을 토대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 부쩍 '평화' 문제에 천착해 온 손 전 지사. 햇볕정책의 '창시자', 한반도 평화의 '전도사'이자 범여권의 '정신적 지도자'인 김 전 대통령.
손 전 지사는 최근 '선진'과 '평화'를 기치로 한 정치세력화의 길목에서 부쩍 '호남'에 부쩍 공을 들여왔다. 김 전 대통령 예방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상황.
면담이 시작되자마나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손 지사에게 적극적인 자세인 거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손 전 지사는 "제가 (경기 지사 시절에) 한 벼농사 시범사업 등이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북한이)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았다"고 화답했다.
손 전 지사는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집권시절인 한나라당 때부터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며 DJ와의 정치적 '인연'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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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이) BDA 문제만 해결하면 (북한이) 2.13합의를 지키겠다고 하더라"고 전하고 "남북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도 재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도 지난 17일 남북철도 연결 시험운행을 거론하며 "남북철도가 러시아로 연결되면 유럽으로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되는데 북에 외국자본 들어옴으로써 북에도 좋고,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물류거점이 될 것"이라면서 대북 포용정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1시간10분간의 면담이 끝난 뒤 "김 전 대통령과 남북문제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국가 경영의 길, 외교의 중요성, 법과 질서, 국민의 위대한 힘, 한국의 민주주의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며 "김 전 대통령께서 애정을 갖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한편, 손 전 지사는 오는 21일부터 5박6일간 미국을 방문, '대북정책' 전문가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면담 일정 문제로 잠정 보류했다.
손 전 지사는 내달 17일경 정치권, 시민사회 인사를 포괄하는 정치결사체 '선진평화연대'를 출범시키고 전국적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