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KT CEO가 되는 조건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5.06.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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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교체시기가 임박해지면서 KT의 분위기도 정중동 상태다.

이용경 사장의 임기는 오는 8월말로 종료된다. 이용경 사장이 민영화 2기 대표이사의 직위를 이어갈지, 아니면 제2의 인물이 차기 대표직을 맡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KT 직원들은 우선 '입조심 몸조심'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KT 수장직을 놓고 많은 사람이 거론됐다. 이용경 사장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상황인 데도 정치권 인사부터 시작해 정부관료, 산하기관장까지 KT 사장후보를 놓고 물밑접촉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을 정도였다. 그 소문이 식지 않고 1년 이상 이어져왔으니 KT의 대표이사 자리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KT의 태생이 민간기업이었더라도 그랬을까. 삼성그룹이나 SK그룹은 대표이사를 선임할 때 매우 신속하고 빠르게 처리한다. 때문에 언론지상에 후보자가 거론되는 시기도 짧고 물망에 오른 후보자 명단의 반경도 좁은 편이다.



그런데 KT의 대표이사 선임과정은 너무 요란하다. 민영화 발걸음을 뗀 지 3년째지만 여전히 공기업 시절에 겪은 과정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주인없는 기업이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앞으로 사장을 새로 선임할 때마다 1년 넘게 기업의 에너지를 사장 선임문제에 소진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제 6일 후면 KT 사장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지난 6월7일부터 사장후보 신청접수에 들어갔으니 13일자로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오는 18일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상반기 주주총회에서 내세울 후보를 확정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봤을 때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로 지목하면 주총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18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그러나 18일 후보를 추천해야 할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아직도 구성되지 않았다. 추천위원회 구성일정을 추천일에 임박해서 하는 이유는 혹시나 있을 외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추천위원은 사외이사 가운데 3명, KT 전임 대표이사 가운데 1명, 그리고 민간대표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하지만 어쨌든 이 5명에 의해 KT 차기 수장의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KT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여전히 시장은 KT가 내세우는 차세대 성장동력에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가시적인 몇가지 사업을 제외하곤 미래 신수종사업에 대한 명확한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했다.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직원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영진 간의 갈등이 완전 해소된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그저 얼기설기 꿰매놓기만 했지 정확히 봉합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KT의 차기 대표이사는 모든 사업구조를 정확히 각을 맞춰 짜야 한다. 한마디로 미래성장에 대한 전략 수립이 첫번째 역할이다. 두번째 역할은 민영화 이후 충성도가 떨어진 직원들을 결집하는 일이다. 그것은 '비전수립'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급변하는 통신시장에서 KT가 생존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때로는 그것이 단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고 때로는 노사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비전과 전략이 명확하다면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민영KT 대표이사의 조건은 '경영능력'이다. 경영을 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표이사로 자리하거나 정치권의 외압에 따른 낙하산 인사가 있어서도 안된다. KT는 이제 더이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아니라 독자생존해야 하는 민영기업이기 때문이다. 사장후보를 추천하는 위원이나 주주들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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