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170달러는 싸다?…엔비디아 900달러 넘자 매수세 약화[서학픽]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4.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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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탑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테슬라 주가가 170달러선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의 뭉칫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테슬라 외에 인공지능(AI) 잠재력과 비트코인 상승에 대한 베팅이 계속되며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에서 13주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다만 반도체주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비롯한 일부 종목의 차익 매물이 늘면서 순매수 규모는 직전 2주간의 역대급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순매수 규모가 3억6000만달러를 넘어서 여전히 역사적인 기준에 비해서는 큰 편이었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3월20~26일(결제일 기준 3월25~29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3억669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는 직전주의 6억9973만달러나 2주일 전의 7억8646만달러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통상적인 순매수 규모인 1억~2억달러 수준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0.5%, 나스닥지수는 0.9% 올랐다. 이후 3월27~28일 이틀간 S&P500지수는 1.0%, 나스닥지수는 0.4% 추가 상승했다.

지난 3월20일부터 26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로 5535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직전주 6824만달러에 비해서는 순매수 규모가 줄었지만 상당히 큰 폭의 매수 우위가 지속된 셈이다.

테슬라 주가는 이 기간 동안 170.83달러(3월22일)에서 177.67(26일)까지 올랐다. 테슬라 주가가 170달러대 초반에서는 싸다는 인식과 더불어 고객들에게 한달간 완전자율주행(FSD) 소트프웨어를 무료로 사용할 기회를 준다는 3월25일 발표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오는 4월2일에 올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을 발표하고 4월17일쯤 올 1분기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소프트웨어의 강자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간만에 4549만달러의 대규모 매수 우위로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지난 2월9일 이후 420달러선에 정체돼 있는 상황인데 특별한 이슈 없이 순매수 규모가 급증했다.

이외에 AI 수혜주로 꼽히는 TSMC(3781만달러)와 엔비디아(2256만달러), 버티브 홀딩스(2011만달러)가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TSMC는 올 1분기에 주가가 30.8%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3월28일 종가 136.05달러는 지난 3월7일 149.20달러에 비해 8.8% 하락한 것이다. 최근 TSMC 주가가 조정을 받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3월20~26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3월20~26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엔비디아에 대해선 10주째 매수 우위가 이어졌지만 순매수 규모는 현저히 줄고 있다.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는 지난 3월6~12일 사이에 2억달러 수준에서 지난 13~19일 사이에 6318만달러로, 지난 20~26일 사이에는 2256만달러로 축소됐다.

특히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의 경우 직전주까지는 매수 우위를 유지했으나 지난 20~26일에는 812만달러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엔비디아 주가가 900달러를 넘어선 뒤에는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옅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3월25일 950.02달러로 마감한 뒤 28일 903.56달러까지 4.9% 하락했다.

서버 냉각장치와 전력 관리 제품 등을 생산해 AI 수혜주로 꼽히는 버티브 홀딩스가 2011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낸 것도 눈에 띈다. 버티브는 서버 제조업체로 주가가 폭등한 슈퍼마이크로 컴퓨터보다는 주목을 덜 받다가 처음으로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진입했다.

버티브는 올 1분기에 주가가 70% 급등했으나 지난 3월21일 80달러를 넘어선 뒤에는 주춤한 상태다.

인텔은 AI 수혜를 많이 받고 있는 기업은 아닌데 지난 3월21일 미국 정부가 보조금과 대출 등으로 총 195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소식에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1898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상승 베팅도 계속됐다. 서학개미들은 현물 비트코인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함께 비트코인 보유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를 3175만달러 순매수했다.

또 비트코인 선물지수의 하루 상승률을 2배 추종하는 2배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에 대해서도 1746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BITX 모두 직전주에 비해 규모가 줄긴 했지만 4주째 순매수다.

이외에 미국의 만기 20년 이상 장기 국채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를 1865만달러, S&P500지수를 따르는 뱅가드 S&P500 ETF(VOO)를 1739만달러 순매수했다.

3월20~26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3월20~26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반면 서학개미들은 직전주에 2억8000만달러 이상을 순매수했던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한주만에 3109만달러 순매도했다. 반도체주가 소폭 반등하자 일부 서학개미들이 더 기다리지 않고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SOXL은 서학개미들의 대규모 순매수 직후인 지난 20일부터 28일 사이에 12.3% 상승했다. SOXL은 ICE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이다.

나스닥100지수가 3월 들어 상승하지 못하고 등락을 반복한 가운데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도 2274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알파벳 클래스A는 2319만달러 순매도로 2주째 2000만달러대의 매도 우위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AI 수혜주인 AMD도 1333만달러 순매도로 3주째 차익 실현이 지속됐다. 직전주까지 2주 연속 순매수됐던 애플은 1246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엔비디아가 투자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폭등했던 음성 인식 AI 회사인 사운드하운드 AI가 2109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낸 것도 주목된다. 사운드하운드 AI는 지난 3월15일에 8.91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뒤 28일 주가가 5.89달러로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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