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04.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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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창을 도둑으로 몰아 2년 동안 2억원 이상을 뜯어낸 20대 여성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대한민국 법원대학 동창을 도둑으로 몰아 2년 동안 2억원 이상을 뜯어낸 20대 여성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대한민국 법원


대학 동창을 도둑으로 몰아 2년 동안 2억원 이상을 뜯어낸 2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탓에 빚더미에 앉은 피해 여성 모친은 극단 선택을 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최악 중 최악" 범죄라며 피고인을 강하게 질타했다.

30일 뉴시스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2단독은 공갈과 강요, 협박,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21일 부산 한 주점에서 당시 대학 동창 B씨가 자신의 지갑을 만지는 것을 보고 "100만원짜리 지갑인데 찢어진 것이 CC(폐쇄회로)TV에 다 찍혔다"며 "변상 명목으로 150만 원을 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단순히 지갑을 만졌을 뿐이지만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걸 피하기 위해 93만원을 A씨 계좌로 보냈다.



또 A씨는 2022년 10월 19일 B씨가 자신이 일하는 가게 카운터에서 돈 1000만원을 훔쳤고 돈이 담긴 통도 망가졌다고 거짓으로 협박해 합의금 500만원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수십차례 같은 수법으로 돈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A씨는 B씨 모친 C씨를 찾아가 카드를 받아내 쓰기도 했고 온라인 쇼핑몰 계정을 알려 달라고 요구,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은 뒤 B씨에게 결제를 강요하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2022년부터 2년간 A씨가 B씨 모녀에게 뜯어낸 돈은 약 2억96만원에 달했다. A씨는 뜯어낸 돈을 호감을 가진 남성 환심을 사는 데 탕진했다.


견디다 못한 B씨 모녀는 A씨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A씨는 사과 대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능력 없으면 장기라도 팔아. 이미 인생 종 친 거 같은데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불쌍하다"는 조롱 글과 B씨 가족사진을 올려둔 채 도주했다.

A씨는 1년 만에 체포돼 법정에 섰으나 그사이 모친 C씨는 억대에 이른 빚을 진 것에 낙담해 지난해 극단 선택으로 숨졌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고운 심성을 지닌 탓에 대학 동창인 A씨 위협에 굴복하며 노예처럼 지내왔다"며 "피해자들은 이 사건 때문에 총 1억 6500만 원에 이르는 채무를 부담했고 이를 비관한 피해자 C씨는 지난해 8월 집 안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핵심인 공갈죄만 보더라도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 규모 등 더 나쁜 사안을 떠올릴 수 없을 만치 참혹하고 비극적이다. 돈을 더 잘 뜯어내려고 저질러온 강요죄와 스토킹 범죄 등을 더해 본다면 최악 중 최악으로 평가하는 데에 아무 손색이 없다"며 "A씨가 구속되고 나서야 자백한 사정은 유리하게 참작해 줄 이유나 필요가 없다. 기소 후 하루가 멀다고 적어내는 자필 반성문 또한 피해 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내용이 하나도 없는 이상 공허하기 짝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형사 절차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온갖 범죄를 법정 밖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응징하는 소설과 영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실정이다. 사법부로서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 가상 세계보다 더욱 혹독하게 대가를 치른다는 준엄한 진실을 밝혀둘 필요가 절실하며 이 절실함이야말로 법치주의 구현을 위한 밑거름"이라면서 "A씨는 그 누구를 상대로 같은 범죄를 되풀이하지 못할 만큼 기나긴 세월 자숙과 성찰을 강제하고, 우리 모두를 위한 일벌백계로 삼을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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