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난 홍원식 회장…남양유업 '한앤코 체제'로 새 출발

머니투데이 유예림 기자 2024.03.30 05:30
글자크기
29일 오전 열린 남양유업 제60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사진제공=남양유업29일 오전 열린 남양유업 제60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사진제공=남양유업


남양유업 (511,000원 ▼6,000 -1.16%)의 새 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경영 전면에 나선다.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남양유업의 이사진을 새로 꾸렸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한 뒤 회사의 대표이사 역할을 맡는 대표 집행임원도 뽑았다.

남양유업은 지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제6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한앤코 측 인사들을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사내이사가 됐고 윤여을 한앤코 회장,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은 사외이사가 됐다.



사내이사인 홍원식 회장을 포함한 종전의 이사진은 물러나고 한앤코 측 인물들로 구성된 새 이사진이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나선다.

이와 함께 남양유업은 집행임원 체제로 운영된다. 이날 주총에선 한앤코가 요구한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의 건도 통과됐다. 집행임원제도는 기존의 대표이사제와 달리 이사회가 집행임원을 선임하고 이중에서 대표 집행임원을 뽑는 방식이다. 대표 집행임원이 대표이사 역할을 하게 된다.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 집행임원./사진제공=남양유업김승언 남양유업 대표 집행임원./사진제공=남양유업
한앤코 측 인물들로 꾸려진 새 이사진은 같은 날 오후 김승언 현 경영지배인을 대표 집행임원으로 선임했다. 김 대표 집행임원은 2022년 1월부터 남양유업의 CEO(경영지배인)을 맡았다. 남양유업 수석본부장, 경영혁신위원장 등을 거쳤다. 이광범 기존 대표이사는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주총에서 한앤코 측 인물들로 이사진이 교체되며 홍 회장이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준 모양새가 됐다. 이날 주총은 지난해 주주 명부를 기준으로 열려 홍 회장이 최대 의결권자였기 때문이다. 이사 선임안이 찬성 비율 약 95%로 통과된 사실을 고려하면 홍 회장(지분율 51.68%, 지난해 말 기준)이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을 거란 분석이다. 홍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일각에선 홍 회장이 남양유업 고문 선임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 이전에 협조하지 않는 데다 이번 주총까지 52%에 달하는 지분을 가진 만큼 이사 선임에 비토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하지만 4, 5월 중 예정된 임시주총에선 한앤코가 최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거래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등 추가 소송도 남아 있어 반대표를 던지는 건 부담이 됐을 거란 평이다.


2021년부터 이어온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사업 재정비를 본격화한다. 시장에선 △사명 변경 △실적 개선 △백미당 매각 △이미지 쇄신 작업 등이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홍 회장과 남양유업, 한앤코는 주총 이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남양유업이 수년간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어 한앤코는 우선 실적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 9967억원, 영업 적자 723억원을 냈다. 앞서 2022년 868억원, 2021년 778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해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요구한 발행주식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은 반대 비율 93.8%로 부결됐다.

홍 회장과 한앤코의 경영권 분쟁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회장은 2021년 4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가 식약처 등 보건당국의 반박과 함께 뭇매를 맞았다. 앞서 2013년 대리점 갑질과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구설수에 휘말린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가 가중됐다.

홍 회장은 한 달 뒤 대국민 사과와 사의를 표명하고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었지만 한앤코의 약속 불이행을 주장하며 계약 해제를 통보했고 법정 다툼이 이어졌다. 1, 2심에 이어 지난 1월 대법원도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며 1964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창업한 후 이어진 남양 홍씨 일가의 60년 오너 체제가 막을 내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