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올드보이'…재계 '신세대', 다함께 평양행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18.09.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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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03~1934년생 세대 아우른 방북 수행단…스타트업 대표·양대노총 위원장 등 다채로운 인사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2018남북정상회담 평양' 공식수행원과 특별수행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2018남북정상회담 평양' 공식수행원과 특별수행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오는 18~20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행에 동행할 200여명 규모 방북 수행단은 '관례'를 지키면서도 세대와 계층을 아울렀다는 의미가 크다. 정치권에서는 역대 남북정상회담 최초로 '정당 대표'가 참석하는 가운데 이전 정부에서 남북 대화의 핵심에 있던 '올드보이'들이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역대 남북정상회담 수행단과 마찬가지로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하지만 총수 3·4세들이 참석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2000년대에 남북 교류 중심에 섰던 현대그룹과 동시에 스타트업 기업 대표와 노동자 대표들까지 각계·각층 인사가 동행하면서 대한민국 '원팀(one-team)' 정신을 방북 수행단 인선에 녹여냈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16일 정부 인사로 구성된 공식수행원 14명과 정치·경제·사회·문화·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인사 52명으로 구성된 특별수행원을 발표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겸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며 "지난해 여름과 가을·겨울 새로운 봄과 여름, 지금 가을까지 우리는 평화와 새로운 미래를 여는 대한민국의 '원팀'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별수행원 중 정당 대표로는 범여권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동행한다. 이중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대표는 2000년대 초·중반 남북 대화의 시기에 여당 의원으로서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생생히 지켜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 '비공식 수행단'의 여당 대표 자격으로 평양에 갔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내 정책위의장이던 그는 평양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에게 남북 국회 회담 재개를 제의했다. 남측에 돌아와서도 이만섭 당시 국회의장에게 방북 경과를 보고하며 남북 국회 회담 재개 준비 움직임을 이끌어낸 바 있다.

정 대표 역시 당시 여당 대변인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의 훈풍에 힘을 실었다. 정 대표는 이후 참여정부에서 통일부장관(2004~2005)으로서 방북한 바 있다. 그는 2004년 12월15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시제품 생산 기념식을 위해 개성을 찾았다.

또 다른 '올드보이'도 동행한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이다. 그 역시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방북 수행단 경력이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들과도 동행한다. 방북수행단에는 지방자치단체 대표로 박원순 서울시장 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의장과 접경 지역 대표인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포함됐다.

남북경제협력 논의를 염두에 두고 경제 분야에서 폭 넓은 인사가 명단에 포함된 가운데 재계 인사들은 젊은 세대가 주를 이루는 모양새다. 평양행에 동행하는 최태원(SK)·구광모(LG)·이재용(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의 총수들은 모두 3·4세다. 미국 출장으로 김용환 부회장을 대신 보내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이와 동시에 전통적으로 남북경협 사업을 해 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등이 동행하며 세대 간 조화를 이룬다.

재계뿐 아니라 '신산업'을 이끄는 젊은 기업인이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IT 스타트업 대표로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이 명단에 든 점이다. '평화, 새로운 미래'라는 이번 회담 슬로건에 맞게 북측과 4차산업혁명 논의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근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이 이뤄지는 등 노사 화합이 논의되는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위원장들이 참석하는 점도 이례적이다.

방북하는 문화예술계 인사 면면도 세대가 어우러진 모습이다. 공연자로는 가수 에일리와 래퍼 지코 등 2030 세대 예능인들이 참석한다. 이들과 함께 우리 가요사의 한 축인 작곡가 김형석씨가 평양에 간다. 체육계 인사 역시 차범근·현정화 감독부터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주장을 맡은 '신예' 박종아 선수까지 폭넓다.

일반 시민 수행원들도 이례적으로 어리다. 2003년생인 양양중학교 3학년 김규연 양이 최연소 수행원이다. 김양은 북에 큰할아버지가 있는, 이산가족의 자손이다. 김 양 외에도 통일부 대학생기자단의 이에스더양도 동행한다.

임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에 이렇게 젊은 특별수행원이 참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우리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일구어 갈 통일의 주역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초청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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