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핫라인' 된 서해직항로…분단과 연결의 역사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18.09.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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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남북이 연결된다]미리보는 평양⑤전방 대공무기 감안, 평양후방 진입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북에 이용할 서해직항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북에 이용할 서해직항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방북 경로로 이용하는 ‘서해직항로’는 남북 분단과 연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해직항로는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남북이 분단된지 55년 만에 연결된 하늘길이었다.



직항로라고 불리지만 휴전선 상공을 바로 넘지는 않는다. 인천·김포·성남공항 등을 통해 서해 쪽으로 빠져나간 다음 평양 순안공항으로 진입하는 ‘ㄷ’자 모양의 경로를 그린다. 비행시간은 1시간 10~20분 정도다.

서해직항로가 남북 공해상을 우회하는 경로가 된 것은 분단의 현실 때문이다. 직선거리로 가려면 휴전선 DMZ(비무장지대)를 넘어야 하지만 이곳은 ‘비행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상공 비행이 불가능하다.



2000년 정상회담의 막전막후를 담당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서해직항로에 대해 ‘분단의 현실이고 대화의 한 단면’이라고 표현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전방의 군인들은 무기 발사를 무의식중에 할 수 있다. 군 주둔지를 피해 평양 후방 지역으로 들어오면 안전이 보장된다”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우회 항로의 이용을 요청했다.

서해직항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30여차례 이용되며 주요 방북·방남 경로가 됐다. 2001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조문하기 위한 북측 대표단과,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측 조문단이 이 항로로 들어왔다.


지난 2014년 10월에는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북한 고위급 3인방이 전용기를 타고 서해직항로를 통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다.

우리 항공기가 이 항로를 이용해 평양에 간 것은 2015년이 마지막이다. 그해 8월 이희호 여사가 방북했고 10월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참가를 위해 서해직항로를 이용했다.

이후 막혀있던 서해직항로는 올해 2월 북측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기로 하면서 3년4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우리 대북특별사절단도 지난 5일 서해직항로로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문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이 항로를 이용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열악한 도로사정도 있지만 특사단 방북을 통해 이미 검증된 경로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남북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철도·도로협력에 이어 항로신설 등 항공협력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남북통일 이후 북한과의 항로를 늘리는 방안에 대한 구상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해 현재로선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판문점 상공 비행제한구역 해제 문제의 경우도 주한미군·유엔군사령부와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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