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유정수 기자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북한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한 태도와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빌미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이후 남북미 3국 테이블은 흔들리고 있다. 북측은 미국에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했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핵 합의를 안 하면 리비아 꼴이 날 수 있다. 북한과 회담 도중 떠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단 현재 상황의 경우 협상 테이블이 무너질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협상이 일단락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장애물에 가깝다는 평가다. 비핵화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체제보장을 원하는 김 위원장간에 부족한 신뢰에서 비롯된 의심, 혹은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자 하는 조급증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청와대는 일단 중재국의 역할을 다시 세우는 것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한국은 북한과 미국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통해 올해 북핵 협상 국면에서 대화를 중재할 수 있었다. 최근 이같은 중재자로 위상이 흔들리면서 남북미 대화 테이블 역시 난기류를 만났다는 평가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을 '완전한 비핵화'와 '경제적 체제보장'이 교환될 수 있는 판으로 다시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신뢰관계에 힘을 주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렇게 해야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보증인'격으로 중재활동을 하는 것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간 동맹과 동반자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기반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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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북한과 미국의 '메신저' 역할을 되찾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걸고 넘어지고 있지만, 국방부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포함한 한미연합훈련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한미연합훈련 문제를 어떻게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비핵화 시 북에 제공할 '밝은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아직 하지 못한 '핫라인' 통화를 김 위원장과 나누는 카드도 아직 남아 있다.
정 실장은 "북측 입장에서 우리가 좀 이해를 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한미 간에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도록 서로 어떻게 협력하고, 어떤 걸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다양한 논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