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저자…'합격의 신'이 말하는 한국 공채 문화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05.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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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당선, 합격, 계급'…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한국이 싫어서' 저자…'합격의 신'이 말하는 한국 공채 문화


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이 새 책을 냈다. 문학상, 공채, 그리고 한국사회의 고질병 계급 문화를 실랄하게 고발한 논픽션이다.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기자에서 소설가로 전향한 장 작가는 '댓글부대',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등 소설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책은 11년간 기자 생활에서 갈고 닦은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

저자는 언론사를 비롯해 대기업 공채를 두루 합격한 경험이 있다. '문학상 4관왕' 타이틀도 갖고 있다. '합격의 신'인 저자도 궁금했다. '당선'과 '합격'이라는 제도가 사회적 신분으로 굳어지고 '계급화'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문학상 심사 현장, 삼성그룹 필기시험장, 사법고시 존치 반대 집회장 등 누비며 60명 이상을 심층 인터뷰하는 등 약 2년 간의 취재, 연구, 고민의 결과를 한권에 담았다.



다른 기업에 입사한 1~2년차 직장인들이 다시 삼성에 입사하려고 두꺼운 문제집에 몰두하는 동안 실리콘밸리 청년들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골몰한다. 저자는 한국의 공채 문화의 현주소와 공채의 기원 격인 과거제도를 비롯해 신춘문예와 공채를 관통하는 경직된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제도적 한계를 지적한다.

1996년 이후 본격화한 문학공모전이 지난 2015년부터 힘을 잃기 시작한 이유, 그 20여년 기간 동안과 그 이후의 한국 소설 시장 변화도 분석한다.



공채 제도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공정성, 비용, 시간 등 측면에서 장점도 있다. 그가 지적하는 건 합격자는 영원히 합격자로, 불합격자는 영원히 불합격자로 구분짓는 것이다. 그를 통해 신분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문제라는게 저자의 역설이다.

당선, 합격, 계급=장강명 지음. 민음사 펴냄. 448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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