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거리.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거리. 40년째 귀금속 상가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박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에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귀금속 상가 곳곳에는 집집마다 '최고 매입, 최저 판매' 간판을 내걸었다. '1층 매장 5곳, 임대 공고' 식의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귀금속 가게 주인들은 작년 대비 매출이 30~50%는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표준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순금 한 돈(3.75g)을 소비자가 팔 때 가격은 약 38만원, 살 때 가격은 43만6000원이었다. 지난 1월 팔 때 가격(32만1000원), 살 때 가격(36만6000원) 대비 3개월새 18~19% 올랐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거리. 임대공고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텅빈 거리에서 간혹 현금 확보를 위해 금을 매도하려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금은방을 찾은 50대 직장인 김모씨 역시 "10년 전에 선물 받은 순금을 현금화하고 싶어서 팔았다"며 "한 돈에 40만3000원인데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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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금을 사뒀던 투자자들은 최근 함박웃음을 짓는다. 일찌감치 '순금 챌린지', '금 앱테크', 금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등에 나선 이들이다.
40대 권모씨가 구매했던 순금 모습. /사진=독자제공
'더 오른다'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평소 남은 생활비로 1~3g 내외의 콩알 금을 구매한다는 최모씨는 "콩알 금을 조금씩 모아서 나중에는 순금을 사는 게 목표"라며 "금은 상장 폐지 위험도 없고 가격도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 현물 ETF도 인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ACE KRX금현물 ETF를 411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상장 원자재 ETF의 평균 순매수액(17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최근 한 달 동안 일평균 거래량은 37만7374좌로 지난해보다 4배 늘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테크는 원래 고액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 일정 부분을 투자할 때 사용됐다"며 "요즘처럼 전쟁이 나오고 경기가 불안하면 개미 투자자들도 (금 투자를)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