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좌)와 오재원. /사진=뉴스1
24일 서울 잠실구장. 롯데가 두산에 9-1 완승을 거뒀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 양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 위로 나왔다. 일렬로 도열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분위기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이대호는 오재원을 향해 무언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야구계 선배인 이대호가 오재원에게 훈계를 하는 장면으로 보였다. 자칫 경기 후 신경전에 이어 양 팀 선수들이 엉킬 수도 있는 상황.
이대호가 괜히 오재원에게 뭐라 했던 건 아닐 걸로 추정된다. 현재로서는 8회 벌어진 상황이 이대호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8회초 2사 후 롯데 이대호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대타 이우민이 2루 땅볼을 쳤다. 오재원이 공을 잡았다. 이어 2루로 오는 이대호를 태그 아웃시켰다. 3아웃 공수교대. 이때 오재원도 뭔가를 느낀 듯 이대호 쪽을 몇 초 간 바라봤다. 2루를 밟은 이대호는 3아웃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2루에 서 있었다.
이대호는 왜 오재원에게 기분 나쁘다는 표현을 했을까. 드러난 상황만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오재원의 태그가 이대호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 입장에서는 '1루나 2루로 송구해 아웃시켜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나를 쳐서 아웃시키지'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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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재원은 말 그대로 아무 잘못이 없다. 야구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니다. 송구보다 확실하게 태그해서 아웃시키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오재원은 불문율을 어긴 것도 아니며, 비매너 플레이를 펼친 것도 분명 아니다.
둘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한솥밥을 먹기도 한 야구계 선후배다. 다만 이대호가 경기 후 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굳이 오재원을 따로 불러야만 했을까. 자칫 야구계의 부정적인 위계질서로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둘이 뒤에서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