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먹고, 안쓰는 대한민국…맞춤형 소비정책 시급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08.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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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의 역설]불안한 미래, 지갑 안열어…일회성 행사보다 소득수준별 맞춤 소비전략 절실

올 상반기 롯데쇼핑 (69,700원 ▼100 -0.14%)은 우울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액은 7조50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1710억원으로 15%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14% 감소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63,700원 ▼300 -0.47%)는 상반기 할인점 영업이익이 11.9% 줄었다. 특히 신규점을 제외한 기존 점포 신장률은 1분기 -0.7%에 이어 2분기에도 -0.8% 역신장했다. 농심 (398,000원 0.00%), 오리온 (14,750원 ▼140 -0.94%), 빙그레 (71,400원 ▲1,700 +2.44%) 등 주요 식품 기업도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20~40% 감소해 '실적 쇼크'에 빠졌다.



저금리 시대에도 소비가 늘지 않는 '늪지형 불황'이 심화 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갑을 닫은 채 무조건 안 먹고, 안 쓰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 소비를 최소화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2분기 가계소비는 200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실질 소득증가율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 하반기는 지난해보다 소비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내·외수 총수요 부족으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가계의 소비지출 회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경기 침체기 가계소비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8월을 기준으로 경기순환에서 정점을 찍은 뒤 5년 가까이 경기 수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 수축 국면이 가장 길었던 기간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29개월이었지만 최근 5년 가까이 경기 수축 국면이 이어져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고소득층이나 중산층보다 저소득층 소비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꽉 막힌 민간 소비를 진작하려면 확장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소득계층별로 중장기적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 연구원은 "소비 여력이 충분한 고소득층에게는 내구재뿐만 아니라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좋다"며 "중산층과 저소득층에는 소비 촉진책뿐만 아니라 소득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Korea Sale FESTA)'처럼 일시적인 쇼핑 장려행사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별화된 맞춤형 소비진작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 있는 중장년층에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고, 청년들에게는 적극적인 고용정책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해줘야 소비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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