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떨고' 있니? '털고' 있니?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2016.07.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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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48.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기 쉬운 말들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먼지는 털까 떨까. 먼지털이와 먼지떨이로 제각각 적혀 있는 청소도구들. 먼지는 털까 떨까. 먼지털이와 먼지떨이로 제각각 적혀 있는 청소도구들.


항구 가까이 위치한 집 덕에 후텁지근한 한여름이지만, 집에 있는 날이면 에어컨을 틀기보다 문을 열어놓는 게 더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바닷바람이 마주 불며 온몸을 훑고 지나갈 땐 시원함과 더불어 낭만적인 느낌에 시간가는 줄 모르지만, 어느덧 밤이 되면 뽀얗게 쌓인 먼지가 이만저만 신경쓰이는 게 아닌데요. 물걸레질하는 것보다 한번 털고 닦으면 청소효과가 만점이라는 말에 청소도구 하나 사러 집앞 재래시장에 갔습니다. 둘 다 잘 팔린다며 아주머니가 보여준 제품엔 '먼지털이' '먼지떨이' 표기가 제각각입니다. 먼지는 터는 걸까요, 떠는 걸까요.

집 뒤쪽에서 찍은 인천항구 모습. 후텁지근한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끼어 뿌옇다.집 뒤쪽에서 찍은 인천항구 모습. 후텁지근한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끼어 뿌옇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떨다'는 '달려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내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옷의 먼지를 떨다/ 밤나무의 밤을 떨다/ 담뱃재를 떨다/ 그는 현관에서 모자 위에 쌓인 눈을 떨고 있었다' 등으로 쓰이고요.



'털다'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먼지 묻은 옷을 털다/ 노인은 곰방대를 털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등으로 사용됩니다.

'쳐서 떼어 내는 것'과 '흔들어서 떨어지게 하는 것'의 차이가 명확히 구분되시나요? 잘 이해되지 않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이럴 땐 목적어를 떠올리면 간단합니다.



* 먼지 묻은 옷을 털다/ 옷의 먼지를 떨다

앞 문장은 먼지 묻은 '옷을' 흔드는 것이고 뒤 문장은 옷이 아닌 '먼지를' 쳐서 떼어 내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론 같은 행동을 설명하지만, 행위의 대상이 다릅니다. 즉 털다는 목적어가 옷이고, 떨다는 목적어가 먼지입니다. 따라서 먼지떨이도 '먼지'가 목적어이므로 먼지떨이가 올바른 말입니다. '재떨이' 역시 담뱃재를 쳐서 떼어 내는 것이므로 맞는 말이고요.

이렇게 일상에서 잘못 쓰는 말들은 또 있습니다. '가진양념(×)'을 가지고 있는 양념이라는 의미로 착각하는데 '골고루 다 갖춘'이라는 뜻의 '갖은'을 써서 '갖은양념'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통털어(×)'도 털어내는 동작을 연상해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통을 터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통틀어'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잘못된' 말은 무엇일까요?
1. 골병
2. 옳곧다
3. 몹쓸
4. 십상

미세먼지… '떨고' 있니? '털고' 있니?
정답은 2번 '옳곧다(×)'입니다. 옳고 곧다의 합성어로 착각하는데 '올곧다'가 맞는 말입니다. 이는 '올이 곧다'에서 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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