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일 구글러 체험' 구글 본사 가보니…

머니투데이 샌프란시스코(미국)=홍재의 기자 2015.05.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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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 이용해 2만3000명 근무 공간의 30% 전기 공급, 전기차·자전거가 주요 이동 수단

구글러의 주요 이동수단인 전기자동차와 공용 자전거 'G바이크'. 구글러는 구글 캠퍼스에서 전기자동차를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도 전기 자동차를 즐겨 사용한다.구글러의 주요 이동수단인 전기자동차와 공용 자전거 'G바이크'. 구글러는 구글 캠퍼스에서 전기자동차를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도 전기 자동차를 즐겨 사용한다.


#구글 맵스(지도)를 열어서 마운틴뷰라는 동네를 확대해보면, 구글 본사가 작게 표시돼있다. 그 지도를 좀 더 확대해보면 '구글플렉스'라고 하는 상징적인 건물이 조금 더 크게 보인다. 여전히 구글 본사치고는 면적이 너무 작다. 지도를 한 번 더 확대하면, 그제야 알 수 있다. 이름 없는 빌딩이 모두 구글 건물이라는 것. 마운틴뷰 북부의 대부분이 구글의 본사, 구글 캠퍼스다.

구글 캠퍼스는 이름 그대로 대학 캠퍼스를 떠올리게 한다. 10년 전만 해도 3~4개 동에 불과했던 구글 캠퍼스는 이제 127개 동에 이른다. 샌프란시스코 북부에 위치한 버클리가 유명 대학교 UC버클리로 대변되듯, 샌프란시스코 남부에 위치한 마운틴뷰가 곧 구글이고 구글이 곧 마운틴뷰로 대변된다.



◇거대한 친환경 도시, 구글 캠퍼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구글러(구글 직원)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빈다. 이들을 위한 공용 자전거 'G바이크'가 곳곳에 비치돼있다. 원하는 곳에서 자전거를 구해서 탈 수 있고 내리는 곳에 세워두면 된다.



캠퍼스 사이로 하천도 흐른다. 캠퍼스를 관통하는 5차선 도로도 있다. 이 도로에는 구글의 명물 '무인 자동차'가 유유히 도로를 누빈다. 마치 사람이 타고 있는 자동차인양 빨간 신호를 보고 멈추고, 파란 신호가 떨어지면 출발한다.

주차장에는 전기자동차가 머리를 빼꼼 열고 긴 선을 꼽고 있다. 전기 충전을 하고 있는 것인데, 구글의 태양열 발전을 통해 수집한 전기다. 이 때문에 구글러에게 전기 자동차 충전은 무료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전기 자동차 발렛 파킹을 자주 이용한다. 전기 자동차를 세우고 차 열쇠를 맡기면 알아서 충전까지 해준다.

구글은 본사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30%를 태양열을 통해 공급한다. 전 세계 구글 직원의 절반인 2만3000명이 근무하는 공간에 공급하는 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글 캠퍼스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예상해볼 수 있다. 구글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첫째 가치로 내세우기 때문에 캠퍼스 곳곳에 작은 규모의 농사도 짓는다.


구글 캠퍼스를 누비는 무인자동차구글 캠퍼스를 누비는 무인자동차
◇일만 하면, 나머지는 우리가 다 보조해줄게

구글의 복지시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캠퍼스 곳곳에 배구코트, 헬스클럽, 크로스핏, 요가 등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적어도 2개 동 중 하나에는 식당이 있다. 식당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등을 제공하는데 구글러와 구글러와 함께 하는 누구에게도 무료다. 장소에 따라서 야외에 푸드 트럭이 마련돼 있기도 하다. 구글에는 150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음식이 있는 곳 150피트(약 45미터) 내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 2명의 창업자가 구글을 창업했을 때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워놨던 것에서부터 시작된 기업정신이다.

한 건물 내에 빨래방에는 열심히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다. 집에 있는 빨래를 가져오면 빨래방을 이용하는 것도 구글러에게는 무료다. 건조까지 되는 세탁기 덕에 출근하면서 빨래를 돌리고, 퇴근하면서 찾아가면 된다. 일을 하면서 써야하는 각종 기기도 당연히 무료. 물품을 공급하는 사무실에 가면 일반 노트북, 맥북, 각종 마우스 등 업무를 하면서 필요한 모든 기기가 전시돼있어 마치 전자상가를 방불케 한다.

구글 창고(garage)는 구글의 정신을 대변하는 곳이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창고에서 구글을 만든 것에서 유래됐다. 구글 창고에 가면 3D 프린터 등 무엇을 만들 수 있는 물품이 구비돼 있다. 직원이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지체 없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글 창고는 어떤 아이디어든 현실로 바꾸려는 구글의 혁신이 담겨있는 곳이다. 구글 창고라는 이름답게 정리는 잘 돼있지 않다.구글 창고는 어떤 아이디어든 현실로 바꾸려는 구글의 혁신이 담겨있는 곳이다. 구글 창고라는 이름답게 정리는 잘 돼있지 않다.
◇웹 접근성 넘어 모든 사람의 '연결' 꿈꾸는 구글

구글은 친환경, 직원복지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웹 접근성이란 육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도 동등하게 웹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어 이제는 웹 접근성을 넘어서 모바일을 통한 '접근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 접근을 넘어서 실제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이어주고, 실제 세상을 좀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스마트폰이 사용되는 것이다.

캐이시 버크하트 구글 선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어렸을 적 종이의 글을 읽기 위해 TV만큼 큰 기계를 이용해 글자를 확대해 읽어왔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3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글자를 확대해 읽을 수 있다"며 "색맹을 위한 기능, 점자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도 스마트폰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접근성'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인 캐이시 버크하트는 큰 사물만 분별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기도 하다.

이브 앤더슨 접근성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우리 제품을 세계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글의 목표이기 때문에 접근성은 우리의 사명"이라며 "구글에는 장애를 갖고 있는 직원이 적지 않고, 구글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모두 같기 때문에 몇 명이나 장애를 갖고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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