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소년쉼터마저 문전박대…학대에 방치된 아이들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김성진 기자, 조성준 기자, 홍재영 기자 | 2022.03.04 12:05

[MT리포트/코로나 그레이존(상)] ⑥가족이라는 이름으로…음지로 들어간 가정폭력

편집자주 | 코로나19로 공공이 분담하던 역할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가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일상화에 따른 부작용도 커졌다. 매 맞는 아이, 학대당하는 부모가 있어도 주변에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홀로 살던 누군가 죽어도 알아채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만든 사각지대, 이른바 '코로나 그레이존'에 갇힌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짙어진 우리 사회의 그늘을 짚어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등학교 3학년 이모씨(가명)는 가정폭력이 심해지자 지난해 12월쯤 여러 청소년쉼터에 입소 문의를 했지만 갈 곳이 없었다. 이씨는 "쉼터 내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불가능하거나 정원이 없다는 이유로 입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인 이씨는 작업을 위해서 개인 컴퓨터를 쉼터에 반입하려고 했지만, 일부 쉼터는 "개인 컴퓨터를 놓을 공간이 없다"며 반입을 거절했다.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쉼터에 입소할 수 없었던 이씨는 입소를 포기했고 다시 부모의 학대에 노출됐다.

청소년쉼터는 가정 밖 청소년에게 가정,학교, 사회로 복귀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보호하면서 상담,주거,학업, 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일부 쉼터는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확진자 급증으로 입소가 일시 중지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머니투데이가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수도권 단기·중기 청소년쉼터 19곳에 확인한 결과 이들 중 다섯 곳은 정원이 있어도 추가 입소자를 받을 수 없었다.

다섯 곳 중 네 곳은 쉼터 내 격리실이 사용 중이어서 신규입소가 일시중단됐고 한 곳은 쉼터 내 확진자가 발생해서 추가 입소자를 받지 못했다. 신규 입소자는 공용 객실에 배치되기 전 별도로 마련된 격리실에서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다른 여섯 곳은 정원이 차서 입소할 수 없었다.

쉼터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서 신규입소가 일시중지된 곳도 있었다. 청소년 쉼터를 관리하는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전국 135개 청소년 쉼터 중 총 12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올해는 1~2월에만 18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입소자들의 객실 일부를 격리실로 대체해서 입소 정원이 감소하기도 했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쉼터 관계자는 "쉼터 내 격리실을 만들어서 기존 입소 가용 인원보다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청소년단기쉼터 관계자는 "코로나 전에 (쉼터를) 4인실 2개와 2인실 6개로 운영했지만, 현재는 2인실 방 하나를 신규 입소자 격리실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가용 인원이 20명에서 18~19명으로 5%~10% 줄어든 셈이다.


가정폭력 피해 아동을 쉼터로 연계하는 홍창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국장은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쉼터에 입소할 수 있는 정원이 많지 않아서 서울과 경기에 있는 가정폭력 피해 아동들이 경상도 전라도 등 지방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다고 해서 휴관을 하지는 않지만 신규 입소자는 입소가 중단된다. 여가부 관계자는 "예를들면 (격리 때문에) 정원 10명인 쉼터에 3명만 수용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각 쉼터가 연계돼 있어 다른 곳을 소개해주기 때문에 쉼터에 제때 입소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 청소년쉼터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도 빈자리가 있어서 입소를 못 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여가부와 개발원 설명대로라면 입소가 불가능한 쉼터가 다른 쉼터로 연계를 해줘야 하지만 이들 중 두 곳은 쉼터 입소 가능 여부를 묻자 "불가능하다"고만 답했다. 다른 쉼터로의 연계조치는 없었다.

또 다른 쉼터 관계자는 "입소를 원하면 매일매일 전화를 해서 입소 여부를 확인을 해보거나 일시 쉼터에 전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쉼터에서는 이같은 연계조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여가부는 "일부 쉼터 직원의 잘못"이라고 설명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쉼터 운영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연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절한 분리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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